도보

그 길

강일형(본명:신성호) 2014. 12. 7. 13:34

 

 

 

요즘 들어 날씨가 많이 춥다. 그동안 날씨가 계속 춥기도 했지만, 그보다 지난 달 중순에 뒷동산에 올라갔다가 발목을 접질리어 한동안 산에도, 걷는 길도 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주 목요일 뒷동산 길을 걸어 보았다.

 

눈이 하루돌이로 내려서 녹았다고 해도 양달 진 곳을 빼놓고는 얼어붙은 채로 남아 있었다. 기온이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영하 6-7도를 오르내렸다.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꼈지만 손끝이 시렸다. 평소 같으면 산 중간쯤 올라가면 머리에 쓴 모자 밑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는데 오늘은 300m 정상을 다 올라가도록 땀방울이 맺히지 않았다. 그래도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가 있었다.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보다 발목부분이 안 좋아서 아주 천천히 내려와야 했다.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추위가 내 몸을 엄습했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평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는데도 오늘은 올라갈 때 단 한 사람을 만났던 게 전부다. 겨울 해는 짧아서 벌써 서산에 걸쳐 있다. 산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널따란 비봉산 마실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비포장으로 이어지는 신작로를 보자마자 갑자기 약 반세기 전에 중학교를 다닐 때 걷던 길이 생각났다.

 

계절도 지금과 비슷할 때였고, 걷는 길도 비포장 신작로에다가 우마차 두 대가 만나면 비껴갈 수도 없었던 그 길이 생각이 났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고 청소를 마치면 서너 시 되어야 학교를 나와 귀가 할 수가 있었다. 하절기에는 그 시간에 귀가를 해도 여유가 있지만 동절기에는 해가 짧아서 조금만 늑장을 부리다 보면 어둠이 찾아온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 수업이 끝나고 그 길을 두 시간 가까이 걸어서 집으로 오다보면 손과 얼굴이 다 얼어붙기도 했다. 미원에서 집까지는 보통 이 십리길이라고 하는데 7km 가까이 되는 길이다. 그 당시는 많은 것이 없고 부족할 때여서 교복 속에 달랑 동내의 하나 입고, 머리에는 귀도 가리지 않은 시꺼먼 학교에서 지정한 모자가 전부였다. 장갑은 꼈는지 끼지 않았는지 기억조차 없는 걸 봐서는 장갑이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길을 3년 다녔는데 다행인지 중학교 2학년 가을에 저녁 8시쯤 집 가까운 마을까지 버스가 들어와서 자고 아침 7시에 나가는 버스가 생겼다. 버스요금은 9원을 하다가 학생요금을 적용하여 5원이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잘 이용할 수가 없었다.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왜, 갑자기 중학교 다니면서 걸었던 그 길이 생각 난지 모르겠다. 빨리 걸어서 몸에서 열이 나게 해야 되는데 발목이 좋지 않아 그렇지 못하다보니 몸이 추워지고, 해는 서산에 걸쳐 갈 길은 먼데다가 차 한 대 다닐 수 있는 비포장의 비봉산 마실길을 만나다 보니 환경이 비슷했던 50년 전에 중학교를 다니면서 걷던 그 길이 불현듯 떠오르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과거를 먹고 사는 가 보다. 아니 나이가 들을수록 과거를 더 생각하게 하고 그리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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