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해도 쌀쌀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버스 타는 데까지 3-400m를 실제로 걸어보니 그리 추운 날은 아니었다. 날이 맑아서 나들이하기에는 이 보다 더 좋은 날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3월 중순의 날씨 치고는 기온도 적당해서 옷을 껴입은 것이 다소 부담이 되기도 했다.
오늘은 지난 해 10월 말쯤 덕구온천을 같이 갔었던 초등친구들과 함께 충남 홍성의 남당리로 새조개를 먹으러 갔다. 수도권에서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 이만한 곳도 흔치 않을뿐더러 이렇게 나이 들어 어디를 가자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축복이지 않겠는가 싶다. 4-5년의 세월이 흘러서 70이 되어도 오늘처럼 불러주는 친구가 있고, 같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을지는 장담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때는 근력이 떨어져서 이처럼 집을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또 어디를 다닌다고 해도 여행을 하는 즐거움 보다는 고단함이 더 클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리에 힘이 남았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마음에 담아두지 않겠는가.
오늘 같이 간 친구들은 초등친구들이고 고향친구들이어서 무슨 말을 해도 편안하게 주고받을 수 있을뿐더러 격식과 이해를 따지는 그런 성격의 친구들과는 구분되어 언제든 부르면 쫓아나갈 수 있는 반백년을 넘게 같이 한 불알친구들이다. 이런 친구들과 같이 남당리로 새조개를 먹으러 간 얘기를 이제 해볼까 한다.
다들 아침 일찍이 나오다 보니 아침을 먹지 않았던지 아니면 먹어도 부실하게 먹었을 것 같아서 고속도로를 접어들어 얼마 내려가지 않아 휴게소에 들러 우동 한 그릇씩을 시켜서 먹었다. 그것도 남당리 가서 새조개를 맛있게 먹기 위해 간단하게 먹자고 해서 우동을 먹었는데 원래 우동국물이 시원한데 국물도 맹탕이고, 혹시 내 입맛이 잘못되어 그런가싶어 다른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그 친구들도 하나 같이 나하고 똑 같았다. 여행을 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빼놓고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없다. 다들 그 휴게소 가서 우동을 시킨 것을 후회했다.
토요일인데도 차는 고속도로를 정해진 속도를 다 달릴 수가 있었다. 경부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접어들자 다소 밀리는 듯하다가 금방 제 속도를 회복하여 충남 남당리를 가기 전에 1차 경유지인 덕산호텔온천에 도착한 것이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점심시간까지는 시간이 다소 있어서 여유를 갖고 온천욕을 즐길 수가 있었다. 온천을 하고 나오니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하다. 덕산에서 남당리까지는 약 30km거리여서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국도를 따라 덕산에서 남당리를 가다보면 오른 쪽으로 가야산이 나오고 수덕사가 지척에 있다. 이 수덕사는 얼마 전에도 왔다가 갔었는가 하면 아주 옛날이긴 하지만 덕산저수지에 밤낚시를 왔다가 올라갈 때 덕산에 들러 온천을 하고 가기도 했다. 이렇게 덕산은 잊혀질만 하면 왔다간 곳이 여기이기도 하다.
남당리에 도착하니 5년 전에 재경초등친구들과 청주초등친구들이 중간에 만나서 같이 여기 남당리에 와서 새조개를 먹던 생각이 났다. 오늘은 한 친구가 별도로 날을 잡아 여기 남당리에 새조개를 먹으러 온 것이어서 새조개의 내장을 제거하는 과정과 위생상태를 유심히 살펴보았고 또한 서비스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눈여겨보았다. 게다가 맛은 어떤지 천천히 음미해 보았다. 1kg에 7만원인데 3kg을 주문해서 5명이 먹다보니 어느새 다 먹었다. 그만큼 맛이 있다 보니 언제 다 먹었는지를 모를 정도로 새조개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서비스로 나온 멍게, 굴, 해삼, 개불 등도 양은 비록 적지만 정결하여서 다시 이곳을 찾을 기회가 된다면 “재희네(바다나라)”집을 찾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점심을 먹고서는 남당리에서 그리 멀지않은 오천항으로 가서 바람을 쐬었다. 항구에는 외국에를 온 것처럼 많은 배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박하고 있었으며 바로 바다 앞으로는 조그마한 산이 항구를 감싸서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오천항이 항구로서는 크지는 않지만, 여느 항구에 비해서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곳을 되돌아 나와 광천으로 이동을 하여 광천시장을 둘러보았다. 재래시장의 건물을 잘 지어 번듯하게 꾸민 시장 쪽으로 갔을 때는 손님들이 별로 없고 썰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장 한복판을 가로질러 나올 때는 사람들도 북적거리고 오늘이 광천장날이라는 걸 실감케 했다.
광천시장을 둘러보고 나올 때 서리태 한 봉지를 사서 콩자반을 해먹든지 아니면 콩밥을 해먹든지 사갖고 왔는데 아직 가방에서 꺼내놓지도 않았으니 꺼내놓고 남은 얘기를 더 해야겠다.
광천시내를 빠져나와 채 10분이 안 걸린 걸로 안다. 우리가 이동한 곳은 딸기밭이다. 옛날에 딸기밭에 가봤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딸기밭이 아니라 이건 완전히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딸기밭으로 딸기꽃의 수정을 벌들이 하고 있는데 이 벌들이 겨울에도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여러 가지 환경을 맞춰주고 있었다. 내 생전 이런 딸기밭은 처음 보았다. 대단히 경이로운 딸기밭이다. 광천읍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름이 “지기산 딸기랜드”이며 유기농으로 생산을 하기 때문에 밭에서 금방 따다가 씻지 않고도 바로 먹을 수가 있다. 더구나 바깥 사장님 말고 안(內)사장님의 인심이 넉넉하여 딸기 맛을 보라고 몇 바가지씩이나 꺼내놓고 먹으라고 하신다. 딸기밭도 그렇게 어마어마한 것도 처음 보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벌들이 날아다니면서 수정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으며, 유기농으로 생산해서 그런지 당도가 높고 딸기 맛도 시장에서 판매하는 딸기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이번에 남당리에 새조개 먹으러 와서 올라가는 길에 광천에 있는 딸기 밭에 온 것이 오늘 나에게는 대단한 행운이었다. 딸기 밭을 나올 때 딸기를 한보따리씩 들고 나오면서도 기분이 좋았는데 그 기분이 분당까지 올라오는 내내 이어지면서 광천딸기가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3월 말까지 딸기 수확이 이루어진다고 하니까 아이들 데리고 한번 더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오늘 짧은 하루 시간에 교순이 친구덕분으로 덕산 온천욕에, 남당리 새조개 맛에, 아름다운 오천항 구경에, 광천시장구경에, 정말 맛있는 딸기 맛까지 호강했고, 또한 강휴친구의 노고로 친구들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두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여 본다.
“내 초등친구들, 수고했네. 잘 있다가 또 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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