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학교친구들과 같이 양평 단월로 놀러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4. 8. 23. 04:02

 

                                                                              

 

12일 일정으로 재경 미원중학교 15회 동창생들과 같이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봉상리로 놀러갔었다. 가는 날(8/21)이 장날인지 새벽부터 장대비가 잠시도 쉬지 않고 줄기차게 내렸다. 아침을 일찍이 먹고 집을 나서서 버스 타는 데까지 걸어가는데도 벌써 하의는 다 젖고 신발에는 물이 들어와 찌꺽거렸다. 그런데다가 버스도 늦게 오고 버스를 타고도 시내도로가 얼마나 밀리는지 고속도로에 접어들면 좀 나질까 했는데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였다.

 

평일이지만 출근시간이 지난 뒤라서 아무리 비가 내린다고 해도 평소보다 30분 정도 여유 있게 나갔으니 약속시간은 충분히 댈 줄 알았는데 오히려 30분 늦게 도착하였다. 일찍 온 친구들은 식사를 하지 않고 나왔는지 아침 겸 점심을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먹고 있었고, 나는 아침을 먹고 나와서 친구들과 같이 반주만 몇 잔 한 후 곧 나들이 길에 나섰다.

 

비는 아직도 세차게 내리었다. 워커힐을 지나 한강변에 이르자 언제 그렇게 물이 불어났는지 넓은 한강에 강물이 가득차서 흐르고 있고, 멀리 보이는 산이나 가깝게 있는 산이나 산허리에는 안개구름이 걸려 있다. 강변을 따라 가면서 비를 흠뻑 맞고 있는 산천을 한 시간 남짓 달려서 도착한 곳이 양평 단월면 봉상리에 들마루펜션이었다. 이 펜션은 산 옆으로 실개천보다는 규모가 조금 더 큰 내가 흐르고 있고, 개천을 바라보고 아무 것도 없는 들판에 2층으로 덩그렇게 집 한 채만 있다. 용문 광탄에서 10여분 가게 되면 이곳이 나오는데 비가 워낙 많이 내려 물이 불어나서 그렇지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진 봄, 가을에는 천렵하기가 딱 좋아 보였다.

 

우리가 묵을 들마루펜션은 단체투숙객들이 왔을 때 취사를 할 수 있도록 20평 정도의 간이천막시설을 해놓아 우천 시에도 비를 피해 식사준비도 하고 테이블에서 편안하게 식사도 할 수 있게 해놓았다. 잠을 잘 안채에는 큰방이 하나에다 중간 정도 크기의 방이 하나 더 있고, 화장실이 두 개인 침실이어서 무려 20명이 잠을 잔다고 해도 별로 불편하지 않을 정도였다. 더구나 마당에는 족구장이 있어서 단체 팀들이 왔을 때 게임도 하고 무료함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여장을 풀고 나서 일부는 개울로 피라미를 잡으러 가고, 남은 친구는 저녁준비를 하면서 안주거리를 만들어 저녁식사 전에 술 한 잔씩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한편에서는 술판이 벌어졌다. 피라미 잡으러 갔던 친구들이 돌아왔는데 물이 불어나서 피라미도 몇 마리 못 잡고 돌아왔다. 작년에 용문 광탄에서 단합대회를 했을 때 나는 시골행사관계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때는 피라미를 아주 많이 잡아서 매운탕도 끓여먹고, 튀겨도 먹고, 남아서 냉동시켜 놓았다가 갖고 왔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은 고추 속에 피라미를 넣고 밀가루에 묻혀 튀기거나 깻잎에 피라미를 싸서 튀긴 것을 소주 안주로 맛만 볼 정도였다.

 

찜통에 온갖 양념을 다해서 끓이고 있는 보신탕에서 맛있는 냄새가 살살 코를 즐겁게 하고, 술판을 일찍 시작한 친구들은 벌써 취기가 올라와 있기도 했다. 비가 아직도 그치지 않고 내려서인지 놀러온 기분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잘 익은 고깃덩어리를 꺼내어 듬성듬성 썰어서 일하느라고 나중에 온 친구들이 막 소주 한두 잔 들어갔을 때 한참 전부터 술 마시던 두 친구끼리 울근불근하더니 급기야 터지고 말았다. 그렇잖아도 두 친구를 양 끝으로 떨어져 앉혀 놓았는데 내가 국을 뜨러간 사이 상을 뒤엎는 우당탕소리가 나더니 , ×××!” 와 거의 동시에 , ~!!” 비명이 들렸다. 국을 들고 달려가 보니 말다툼을 하던 당사자가 아닌 중간에 앉아 있던 친구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 친구는 우리 모임에 총무로서 오늘 행사도 주관했을 뿐만 아니라 여태껏 음식장만하고 이제 소주 한잔 시작하다가 괜한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말하자면 한쪽 친구가 상을 엎으니 반대편에 앉아서 말다툼하고 있던 친구가 참기름통을 집어 던진 것이 중간에 앉아있던 엉뚱한 친구의 머리에 맞은 것이다. 지혈을 했는데도 피는 잘 멈추지 않았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으니 이 모임에 회장으로서 난감하기가 그지없다. 오늘 행사목적은 친구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좀더 끈끈한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인데 이렇게 행사목적과 다르게 변질되었으니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나을 뻔 했다. 그렇지만 1년에 두세 번씩 십수년에 거쳐 친목도모를 위한 단합행사가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불상사는 단 한번도 없었다. 과연 이번 불상사를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가.

 

새로운 날이 밝았다. 날씨가 개이고 간간히 햇빛도 보였다. 어젯밤 늦게까지 술이 취해 떠들던 한 친구는 밤중에 집으로 올라갔고 나머지 친구들은 아침, 점심식사까지 양평에서 먹고서 올라왔다. 이런 것들이 오랜 중학교친구이고, 고향친구이니까 언제 그랬느냐 듯이 쉽게 용서가 되고, 해묵지 않고 바로 마음에서 털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행사를 위해 고생한 강휴친구와 축헌이친구에게는 정말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하며, 특히 축헌이 친구는 우리 동문들을 위해서 늘상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보람도 없이 이번에 머리를 다치게 되어 내가 보기에 민망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을 곁들여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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