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가족들과의 특별한 여행이었다. 강원도 평창으로 놀러가서 하루는 내 형제들과 같이 보내고, 그 이튿날은 내 아이들이 내려와 점심, 저녁까지 같이 어울리다가 아이들과 우리는 남고 안산 누님내외와 부천 여동생내외는 올라갔다.
전에만 해도 평창은 여기저기 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자주 많이 다녔지만 근래 들어 다니지 못하다가 이번에 내려와 내형제와 또 내 자식들과 같이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첫날은 물론 다들 가 본 곳이지만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속사에서 빠져나와 이승복기념관 방향으로 올라가다 삼거리 길에서 우측으로 10분 정도 가게 되면 방아다리약수가 나온다. 방아다리 들어가는 입구에는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이 약수터까지 이어지는데 그 길을 걸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흙길을 천천히 10분 정도 걷다보면 약수터가 나오고, 바가지로 약수를 떠서 한 모금 물어보면 물은 몸에 좋다고 하는데도 물맛은 쇠 냄새가 나고 찝찔한 것이 썩 좋지 않다. 그 길을 되돌아 나오다가 다시 삼거리 길에서 우회전하여 차로 5분 정도 가면 이승복 기념관이 우측으로 나오고, 다시 5분을 올라가면 노동계곡 상류가 나온다. 계곡물은 많지는 않지만 발을 담글 정도의 깨끗한 물이 흐른다. 한 여름의 피서지로는 이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곳을 빠져나와 꼬부랑 고갯길을 15분 남짓 올라가면 1,089m의 운두령 정상이 나오고 계방산 올라가는 계단이 우측으로 있다. 여기가 평창군과 홍천군의 경계이기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승객을 태우는 버스가 다니는 최고봉의 고갯길이기도 하다. 홍천에서 내면을 경유하여 진부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하루에 두 번 이 고갯길을 넘는다.
저녁을 먹고는 삼남매가 고스톱을 쳤는데 마누라는 들락날락하다보니 화투를 오래도록 만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천 막내여동생이 대타로 들어와 쳤는데 어떡하다보니 내가 쓰리고에 피박을 맞아서 상한가를 기록해야 했다. 그래도 몇 년 만에 치는 고스톱이라 재미는 있었다. 밤이 깊도록 그렇게 우애를 다지며 남매간의 정을 나눴다.
이튿날 아침을 느지감치 먹고는 금당계곡을 갔다. 장평에서 들어가는 데는 몇 년 째 도로포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다 포장을 마치지 못해서 차량운행이 불편했다. 금당계곡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다녔으니 30년 가까운 세월이 된 셈이다. 지금도 개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고, 계곡으로는 시원스럽게 계곡물이 소리 내어 흐르고 있다. 그곳을 둘러보고 진부로 빠져나와 월정사를 가다가 우측으로 5-6분 들어가면 진부자생식물원이 나오는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 문을 닫아 그만 아쉽게도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다만, 밭에서 키우고 있는 여러 들꽃들은 보고 왔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받았다.
우리는 그곳을 되돌아 나와 횡계로 이동해서 아이들을 만나 점심을 황태구이와 황태찜을 시켜서 메밀로 담근 막걸리로 건배하며 강원도 평창에 놀러온 기분을 한껏 돋우었다.
횡계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면온톨게이트로 빠져나와 한화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일부는 저녁 행사준비를 하고, 아이들은 바람 쐬러 내보냈다. 평창에 왔으니 쇠고기 맛을 봐야 할 것 같아서 각 부위별로 사 들고 바베큐장으로 이동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우리도 그들과 한 무리가 되어 그 속에서 쇠고기 파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것들이 당장은 재미이고 시간이 지나 세월이 가면 추억이 되지 않겠는가.
다시 평창에서 또 다른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을 먹고는 태기산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본 경치는 푸르름으로 가득한 수풀에다가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있는 외래종인 ‘마아가렛트’ 흰 꽃들이 장관이다. 몽블랑 정상에 도착하여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사방이 확 트이고 시원한 바람이 초여름의 아침 더위를 식혀주었다. 바로 앞에는 작은 물레방아가 쉴 새 없이 돌고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양떼가 보였다. 좀 더 먼 곳을 바라보니 여러 대의 태기산전력풍차가 능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돌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우리는 평창에서 지방도를 타고 횡성 둔내로 이동하여 사람들을 찾아 봐도 개미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이는 첩첩산중에 자리 잡은 ‘윤가네식당’에서 더덕정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이 식당은 일반적인 식당과 달리 특이한데가 있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꼭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식사가 가능했다. 그래서 우리도 어제저녁에 미리 예약을 해 놓았다가 이 집을 어렵게 찾아온 것이다. 메뉴는 더덕정식 딱 한가지인데 시골 산속에 있는 식당치고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1인당 2만원이다. 더덕을 굽고, 묻히고, 튀겨서 여러 종류의 더덕요리가 나오는데 맛은 출중하다고는 느끼지 못했지만 직접 그곳에서 생산해서 장만한 반찬들이라 정결하고,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젊은 애들이 그런 음식을 잘 먹지 않는데 그 집 음식은 그런대로 잘 먹었다.
이렇게 금요일부터 시작된 가족들과의 단합행사는 일요일 오후에 점심을 먹고서 끝났다. 아무리 피를 나눈 형제이고, 자식들이라고 해도 이런 행사를 통해서 우애를 다지고 같은 공간 속에서 어우러져 서로를 이해하며 정을 쌓아가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요즘 들어 새삼 느꼈다.
아무튼 이번 행사를 위해 고생한 작은 아들내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작은 아들, 그리고 작은 며늘아! 수고했다. 아주 많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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