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설악산, 백담사,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4. 9. 29. 06:22

 

 

 

 

새벽부터 시작한 가을비는 쉬지 않고 끊임없이 내렸다. 작은 아이내외하고 같이 강원도 속초를 가는 내내 비가 좀 더 오기도 하고 때로는 덜 오기도 하며 계속해서 내렸다.

 

콘도에 도착하니 비가 오는데도 놀러 다니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지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로 많은 차량이 들어와 있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중에는 외국인도 가끔 눈에 띄었는데 중국관광객들은 자주 만날 수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속초가 대단한 관광지라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외국관광객까지 지방도시인 속초를 찾을 리가 만무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바로 옆에 설악산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우리도 한화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비가 아직도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어서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속초중앙시장으로 시장구경을 갔다. 2년 전에 직장OB들과 이 시장을 들러서는 젓갈을 여러 개 사갖던 기억이 있다. 시장구경을 하고 나오니 길옆으로 길게 줄이 서 있어서 뭔가 하고 갔더니 씨앗호떡집이었다. 사람들이 호떡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서고 있었다. 얼마나 맛이 있으면 저렇게 줄까지 서가며 기다리는 걸까? 그래서 나도 그 줄 끝에 서서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맛을 볼 수가 있었는데 호떡에 해바라기씨와 바몬드를 썰어 넣은 것이 씹혔다. 아무데서나 먹어볼 수 없는 독특한 호떡이었다.

 

 

 

 

 

 

시장을 둘러보고 콘도로 왔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작은아들내외와 같이 콘도 앞에 있는 호수둘레 길을 따라 산책을 하였다. 산책로는 아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흙길로 이어진다. 걷다보면 여인들의 조각상도 만나게 되고, 물고기도 볼 수 있으며, 미끈미끈한 적송군락지를 지나가기도 한다. 기분 좋게 산책을 하고 올라오다 보면 밤나무를 만나는데 운이 좋을 때는 굵은 알밤을 한 움큼 주어 오기도 한다.

 

 

속초에서 새로운 아침을 맞는다.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리조트 구내식당에 가서 이것저것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챙겨 먹었다. 오늘은 비가 오더라도 설악산을 가볼 작정이다. 설악산 대청봉 정상까지는 세 번을 올라갔었고, 소공원 쪽이나 오색약수와 주전골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다녔다. 설악산 단풍은 다음 달이나 돼야 볼 수 있는데도 소공원에 도착하니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각자 우산을 쓰고 공원으로 들어가니 비는 오는데다가 공원 여기저기를 파놓고 공사 중이어서 길이 엉망이었다. 권금성 가는 케이블카 타는 데를 지나 신흥사 좌불상 앞에 가서야 다소 사람들이 줄어들고 걷기가 나아졌다. 이 좌불상은 실향민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국민들의 소망을 담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어서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뿐이다. 북한과 가끔씩 오고가던 대화도 끊긴지 한참 되었고, 금강산관광도 20087월에 중단되었으니 어언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렇게 안타깝게 아까운 세월만 가는데 지금 이 정부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내가 금강산을 갔다 온 지도 7년 가까이 되었으니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우리는 신흥사를 지나 갈림길에 섰다. 오른쪽으로 가면 흔들바위와 울산바위 방향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을 선택하면 비선대와 금강굴을 지나 천불동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비가 오기 때문에 왕복 5km 남짓 거리의 비선대가 있는 길을 택해서 걸었다. 오르막이 없는 평지 길인데 도토리나무와 굵은 아름드리 적송이 걷는 길 양쪽으로 도열하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런 길이 약 1.5.km 넘게 계속 이어지다가 와선대를 지나 짧은 오르막을 올라서면 깎아 세운 듯한 봉우리가 나오고 계곡으로는 깨끗한 물이 소리 내어 흐른다. 바로 이곳이 비선대이다. 아주 한참 만에 보는 비선대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내려올 때는 오던 비가 그쳐서 우산을 쓰지 않으니 걷기가 한결 편하다. 내려오다 보니 목도 마르고, 속도 출출하던 차에 주막이 나와 동동주에 파전 하나 부쳐 요기를 하니 온통 세상이 다 내 것 같다.

 

 

 

우리는 설악산을 내려와 다시 속초중앙시장으로 이동을 하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원래 맛있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그 식당을 찾아가니 가는 날이 장날인지 영업을 하지 않고 이사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동명항 앞으로 이동을 해서 전복뚝배기를 먹었다. 그런데 이집도 속초에서는 유명한 식당인지 길에서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었다. 여러 종류의 어패류가 들어가 있는 탕인데 가격이 18,000원이면 적지 않은데 맛이 특별하다거나 출중하다는 건 느끼지 못했다. 더구나 점심시간을 정해놓고 시간이 지나면 음식을 팔지 않으며 준비한 식재료가 떨어지면 아무리 기다렸어도 뚝배기를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고객이 왕이 아니고, 식당주인이 왕인 셈이다. 완전히 뱃장장사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꼬이니 한심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점심을 먹고서는 바로 한화리조트에 있는 워터피아에 가서 물놀이를 했다. 그런데 설악에 있는 이 워터피아의 온천수가 18천만 년 전 중생기 쥬라기 때 형성된 화강암에서 용출된다고 하여 행정안전부에서 보양온천으로 지정한 1호라고 한다. 워터피아가 들어선 부지는 약 24,000평에 파도풀, 메일스트룸, 월드앨리, 패밀리래프트, 스파, 아쿠아, 레인보우스트림 등 11개 물놀이 시설이 들어서 있다. 나는 둥그런 통안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가장 스릴이 있다고 하여 3가지를 다 타보고, 파도풀에 가서 몇 바퀴를 돌고 나서는 주로 온천욕을 많이 했다. 야외온천이 작기는 해도 여기저기 많이 있어서 온천욕을 하는 데는 그만이다. 온천욕을 하다가 지루하다 싶으면 스파나 아쿠아에 가서 놀다가 와서 또 온천욕 하는 것이 시간 보내기도 좋고 나름대로 건강을 챙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물에서 신나게 참, 잘 논다. 바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젊음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본다. 작은아이내외가 사이좋게 물놀이 하는 것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고 있노라니 아주 보기가 좋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서는 길을 서둘렀다. 백담사를 가기 위해서다. 백담사는 2년 전에도 들렀지만 아이들이 가보지 않았다고 해서 가는 길이라 들렀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버스를 타려고 승차권을 끊어보니 백담사까지 편도요금이 2,300원이다. 요금이 2년 새 많이 올랐다. 백담사까지의 거리는 7km인데도 시간은 채 20분이 안 걸렸다. 백담사 들어가는 다리를 걸으면서 개천을 보면 수많은 돌탑들이 먼저 인사를 한다. 금강문을 지나 백담사 대문을 통과하면 경내가 나오는데 이번에는 만해 한용운선생기념관을 둘러보았다. 시인이며, 승려요, 독립운동가이신 선생의 생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나한전으로 자리를 이동하니 많은 스님들이 예불을 하고 있다. 30명은 족히 되어 보였으며 그 중에는 여자스님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극락보전을 지나 전두환대통령이 머물던 곳을 가니 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물던 곳입니다라고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12대 대통령이 머물던 곳입니다라고 변경해 놓았다. 전설에 의하면 백담사 절 이름이 설악산 대청봉에서 내려오면서 100번째 담()에 절을 세웠다하여 백담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백담사는 절은 크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우며 주변이 아늑하여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올 때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백담사를 빠져 나와 서울 쪽으로 2-30분 가다가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보러 갔다. 서울로 가는 대로에서 자작나무숲까지는 10분 남짓 걸리었다. 인제군에서 관리하고 있는지 산림감시요원이 있다. 입구에서 자작나무숲까지는 거리상으로 3.2km이지만 오르막이라 시간 반은 족히 걸리고, 내려올 때는 1시간 정도 잡으면 넉넉하다. 그리고 거기서 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왕복 3시간이 걸린다고 보면 된다. 길은 포장길이 어느 정도 이어지다가 흙길이 나오는데 오르막에서는 다시 포장도로가 나오기도 한다. 자작나무숲을 보기 위해 길을 걷다보면 산쪽으로는 군데군데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더구나 길가에는 많은 아름드리 금강송이 자태를 뽐내고 있어서 걷는 사람의 피로와 지루함을 덜어주기도 한다. 자작나무숲 공원에 가보면 온통 산전체가 쭉쭉 뻗어있는 흰색의 자작나무 수풀뿐이다. 양쪽으로 자작나무를 베어 만든 계단을 따라 내려가 보면 자작나무 움막집도 있고, 그네도 있으며 공연장도 조그맣게 만들어놓았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자작나무수풀의 향연이 사방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가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다. 참으로 대단한 것을 보고 와서 가슴이 뿌듯하다.

 

 

 

 

 

 

 

 

 

 

 

 

 

 

 

 

 

 

 

 

 

 

 

 

 

 

이번 여행은 23일 일정으로 우리 부부와 작은아들내외가 같이 갔지만 그 어느 여행보다도 실속 있고 알차게 갔다가 왔다. 특히 23일 동안 같은 공간에서 시부모와 같이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도 아무 거리낌 없이 편안하게 여행을 하는 걸 보면 이제 우리 식구가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1년에 두세 번씩 이렇게 같이 여행을 하면서 차곡차곡 싸놓았던 정과 사랑의 덕분이 아닌가 싶다. 여행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여행 동반자를 배려하고 이해하게 되어 어느 샌가 편해지고 가까워져 쉽게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끼리도 여행이 필요하다.

 

아무튼 작은아들과 며느리 덕분에 여행 잘 하고 왔다. 특히 인제에 있는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진작부터 가고 싶었었는데 너희들 아니면 언제 갈지 모를 텐데 순전히 너희들 덕분에 잘 갔다가 왔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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