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칠 날씨가 푹하다. 며칠 전만 해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영하 10여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한 달 넘도록 계속되더니 설 전후로 해서 날씨가 확 풀려서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기를 펴고 다닌다.
나도 풀린 날씨 덕에 아주 모처럼만에 집을 나서 봤다. 걸어서 넉넉하게 잡아 6-7분 걸으면 고천과 군포를 걸쳐 내려오는 안양천과 청계에서 흘러오는 학의천이 만나는 데까지 갈 수가 있다. 그 길을 걸어 본지도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꽤 오래 되었다.
오늘은 두 냇물이 만나 한 냇물이 된 곳부터 시작해서 인덕원 쪽으로 냇물을 따라 걸었다. 걸어가는 방향에서 왼쪽으로는 눈이 거의 다 녹고, 오른 쪽 언덕 쪽으로는 아직도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그 가운데로 그리 많지 않은 냇물이 흐르고 있고, 양쪽 냇가에는 크고 작은 버드나무가 흐르는 물을 마음대로 볼 수 없게 가로 막는다.
위로 조금 더 걸으니 널찍널찍한 돌다리가 개울을 가로 질러 놓여 있다. 몇 개를 밟고 건너가 한가운데 멈춰보니 돌다리에 부딪치고 돌아나가는 물소리가 듣기가 좋다. 얼었던 개울이 언제 녹아서 이렇게 소리 내어 흐르고 있다. 도회지 한 가운데로 흐르는 냇물치고는 아주 맑고 깨끗하여 손을 담그고 세수라도 하고 싶을 정도다. 머리를 들어 위쪽으로 올려다보니 그만그만한 청둥오리 새끼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며 놀고 있다. 여기서 겨울을 난 건지 아니면 더 남쪽에 있다가 날씨가 풀려서 이리로 온 건지는 알 수 없어도 주먹만한 새끼 청둥오리 여러 마리가 개울을 이리저리 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다. 그 옆에는 커다란 왜가리가 긴 다리를 물에 담그고 꼼짝도 않고 서 있는 것이 대조적이다.
한참동안 그 모습을 보다가 남은 돌다리를 건너서 조금 더 걸으니 버드나무 가지 끝이 뭐가 묻은 것 마냥 히끗히끗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벌써 버들강아지가 싹이 군데군데 많이 올라와 있다. 아니 날씨가 그렇게 혹독하게 추웠는데도 버들강아지는 오는 봄을 저렇게 빨리 마중하고 있단 말인가? 지난 겨울은 워낙 춥고 눈도 많이 내려서 이렇게 쉽사리 봄이 오겠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봄이 문턱에 와 있었다. 아직 봄날이 저 멀리 남쪽에 있는지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이 와 있는 걸 오늘 학의천을 걸으면서 보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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