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여러 행사가 한꺼번에 겹친데다가 여행 이후에도 집안행사와 연이틀 모임이 있고나서 바로 4박 5일 일정으로 여행을 하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가서야 경주 갔다 온 글을 쓰게 되었다.
내 큰아이 결혼시키고 외갓집에 인사하러 가는 것이 하나이고, 연중행사로서 봄과 가을에 한 번씩 있는 처가 형제들의 정기행사가 또 다른 하나이며, 마지막으로는 지난여름서부터 시작한 팬션건물이 준공검사를 마치고 조만간에 본격적인 영업을 하게 된데 대해 그 의미를 찾아 볼 수가 있다.
우선 나의 큰아이내외와 같이 지난 금요일 집을 나와 경주를 간 얘기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오전에 내리던 비가 그리 길게 오지 않고 멈추었다. 애들 엄마가 이것저것 장만하고 챙겨서 가다가 길 밀리면 먹을 것이라고 준비를 했지만, 서울 시내를 빠져나올 때만 좀 밀렸지 고속도로를 들어서서는 아주 시원하게 달려서 싸간 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휴게소에 가서 국물 있는 것 몇 개 사서 같이 꺼내놓고 요기를 했다.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어디를 가든 먹는 즐거움이 없이는 그 여행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격언이 있듯이 먹어야 즐거운 여행도 기약할 수가 있다.
경주 보문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리고 저녁식사시간이 조금 지난 뒤였다. 숙소에 도착하여 식사를 간단히 한 후 아들내외와 같이 하룻밤을 보낸 후 그 이튿날 큰 처남이 있는 데를 찾았다. 지난 해 여름에 시작한 팬션공사가 장마와 태풍으로 미루어진데다가 지난겨울 강추위로 늦어지다 보니 이제야 한옥으로서 위용과 고풍스러운 모습이 나왔다. 아직도 조경공사가 덜 끝났지만, 조경공사가 끝나면 한옥팬션으로서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명품팬션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부시설은 5성급호텔에서 쓰는 최고급내장재를 사용했고, 구조는 일반적인 한옥에서 오는 불편함을 최대한 해소하여 투숙하는 고객들이 편리하게 한옥체험을 하면서 편안하게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 고객층은 주로 한옥체험이 부족한 젊은 세대 커플들과 한옥체험이 전혀 없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특화시켰다. 그런데도 2층에는 복층으로 꾸며 4-5명까지도 편안하게 쉬었다가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아이들과 같이 온 가족이 이용하게 했다.
'별빛여정'팬션의 위치는 보문에 경주팬션단지 입구에 있으며 이번 7월에 오픈하는 ‘화조원‘이 지척에 있다. 우선 한 개동을 운영해보고, 다시 그 옆에다 증축을 할 예정이다. 공사감독을 하시느라고 고생하신 큰 처남내외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오후에는 처남내외들과 같이 감포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신라 신문왕이 감포 앞바다에 계신 자기 아버지인 문무대왕을 보러 오고가던 왕의 길인 ‘신문왕호국행차길’을 걸었다. 이 길은 신라초기부터 조선후기까지 경주와 감포를 이어주던 길이었지만 새로운 길이 나고부터는 인적이 끊긴지 오래라서 길 형태는 있지만 수풀이 무성한 5월인데도 산길에는 발목이 푹푹 빠지도록 낙엽이 쌓여 있기도 하다. 함월산 기림사에서 출발하여 내를 따라 걷다가 얼마 걷지 않으면 ‘신문왕호국행차길‘로 접어들게 된다. 여기서 2-30분 걷게 되면 용연폭포와 불령봉표가 나오고 오르막을 한참을 걸어서 땀이 촉촉하게 나올 때쯤에 수렛재가 나온다. 우리는 모차골로 해서 추원사로 내려갈 예정이었으나 타고 갔던 차들이 기림사주차장에 있고 시간이 넉넉지 않아 온 길로 다시 내려와 기림사를 한 바퀴 돌아보고 경주로 발길을 돌렸다.
저녁식사는 오픈도 하지 않은 팬션에서 고기를 구워서 반주를 들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술도 여러 형제들이 권하다 보니 아주 한참 만에 가장 많이 마시지 않았나 싶다. 1년에 한두 번 있는 행사지만 이번 행사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 여느 해 행사보다 더 뜻 깊다. 앞으로도 더 좋은 일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이튿날은 토함산을 갔다. 석굴암은 작년 이맘때도 왔었고, 그 전에도 몇 번을 갔었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참으로 걷기 좋은 길이다. 평지인데다가 비포장 길인데도 모래가 섞인 흙길이어서 아이들도 무리 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가 있다. 더구나 숲길이고 그늘도 적당히 있어서 봄날에 여기를 걷게 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가까이로는 산들이 겹쳐 있고, 멀리로는 동해바다가 보인다. 천천히 이 길을 2-30분 걷다 보면 어느새 석굴암이 나온다. 석굴암은 지금부터 1260여 년 전 통일신라 때 김대성에 의해 건립되었다고 한다. 1995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가치가 높다.
우리는 해안로를 따라 포항의 호미곶으로 이동을 했다. 올라가는 내내 이어졌다 끊어지고를 반복하는 바다와 어촌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정신없이 보다보니 영일만의 돌출부분인 호미곶이 나왔다. 육지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 오른손 모양의 형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앞 공원에는 왼손 조형물이 바다에 있는 오른손과 조화를 이룬다. 그 뒤로는 크고 둥근 새천년기념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포항을 여러 번 왔었지만 호미곶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모든 것이 새롭다.
이번 여행은 처가행사에 큰아이내외가 동참하여 자리를 보다 더 뜻있게 해주기도 했지만, 먼저 번 작은아이내외 만큼 알차게 경주여행을 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어렸을 때 와서 돌아다니며 추억이 있는 경주의 외갓집을 이렇게 장가를 가서 왔다는 사실에 더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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