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가 다 되어서 등산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요즘 날씨가 워낙 따뜻해서 그 생각만 하고 속에는 얇은 티샤츠 하나만 입고 집을 나와 보니 바람도 세차게 불고 날씨도 어제와는 딴판이었다. 다시 집엘 들어가 옷을 더 입고 나올까하다가 그냥 출발했는데 옷을 더 입지 않은 것이 산길을 걷기 시작하고서 얼마 안 있어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만 조금 썰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금세 땀방울이 맺히고 산길을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비봉산을 올라가는 산길에는 일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아이들과 같이 가족 단위로 걷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올라가는 길이 그리 경사가 심하지도 않은데 비봉산 산길을 중간정도 올라가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등줄기에 땀방울로 촉촉하다 정상에 올라서니 차고 강한 바람이 흐른 땀을 식혀 줬다.
비봉산에서 안양유원지로 접어드니 유원지에서 확성기에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가 유원지라는 걸 알려주는 듯 했다.가까이 오니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오직 노래 소리만 골짜기가 떠나갈 듯이 울려 퍼졌다. 가서 보니 유원지에 놀러온 사람들도 더러 있고, 또 등산 갔다가 내려오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서 노래 부르고 싶은 사람은 별도로 신청을 하는지 가수는 아니고 일반 시민이 밴드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모인 사람들은 듣고 있었다. 전에는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유원지의 색다른 풍경을 보았다.
유원지 끝의 서울대임업시험장 앞으로 나있는 산길로 접어 들어 삼성산 정상을 올라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침에 일찍 출발했던 사람들은 벌써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많이들 내려오고 있었다. 올라가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서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불안하기도 해서 부지런히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산 능선을 따라 가기도 하고, 또한 계곡길을 따라 가기도 했다. 지난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계곡마다 많은 물이 소리 내어 흐르고 있고, 하산하는 등산객의 도란도란 얘기소리도 끊어졌다가 이어지고를 반복했다. 고갯길을 다 올라가서 보니 지난겨울에 카페동호회원들과 같이 걸을 때 망월암을 경유해 삼막사로 갔던 길이었다. 삼성산 정상을 가려면 이 길은 좀 둘러 가는 길이다. 할 수 없이 삼성산과 망월암, 천인암으로 갈라지는 고갯마루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가파른 암벽길로 들어서서 숨을 헐떡거리며 10여분 올라서니 상불암이 나왔다. 상불암은 삼성산, 삼막사를 숱하게 오갔으면서도 그냥 스치고 갈 정도로 지나쳤지 오늘처럼 세세히 둘러보지도 않았고, 시주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한 바퀴 돌아보고 시주도 했다.
상불암을 나올 때 예쁜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배웅하는 것을 뒤로 하고, 삼성산 국기봉을 오르니 몇몇 등산객이 세찬 바람에 흘린 땀을 식히고 있었다. 나도 그들과 같이 땀을 식히며 사방을 둘러보니 날씨가 맑아서 먼데까지 시야에 다 들어왔다. 오늘처럼 삼성산에 올라 주변도시를 관망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도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내려오는 길은 바위와 크고 작은 돌로 이어진 염불암과 상불암 사이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왔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시멘트 포장길이 보이고, 우측으로 염불암이 지척에 있다.
포장길을 따라 안양유원지로 오니 아직도 공연장에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공연장 옆을 지나 유원지계곡을 건너 다시 비봉산 산책길로 올라섰다. 유원지에서 비산동으로 넘어가는 등산로는 길지는 않지만 꽤 경사가 있어 쌀쌀한 날씨임에도 땀을 흘려야 넘을 수가 있었다. 고갯마루 올라서서 비봉산 정상으로 올라가다가 샛길로 빠져 한참을 걸어내려 오니 비봉산마실길이 나왔다.
집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에서 비봉산 정상을 갔다가 안양유원지를 거쳐 상불암을 둘러보고 삼성산 정상에서 염불암 앞쪽으로 내려와 간 길로 우리 집까지 오는데 왕복 4시간 반 가까이 걸린 셈이다.
산에도, 유원지에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걸 보면 이제 봄은 봄인가 보다. 오는 봄이 어디까지 왔는지 오늘은 삼성산으로 봄 마중을 나가 보니 봄이 벌써 우리들 곁에 다 와 있는 듯 했다. 이제 꽃만 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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