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은 충북의 단양군, 경북의 영주시와 봉화군 등 2개도와 3개 시군에 걸쳐있는 우리나라의 12대 명산 중의 하나이다. 1,300m가 넘는 봉우리가 무려 6개가 있을 정도로 산세가 높고 험하여 등산객들이 오르는데 애를 먹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가 오늘 우리가 갔다 온 1,439m의 비로봉이다.
소백산은 늦은 봄에 피는 철쭉꽃으로도 유명하지만, 제1연화봉에서 비로봉 사이에 수백 년 된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그 또한 소백산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성이 있다고 보겠다.
우리가 오늘 갔던 코스는 죽령에서 출발하여 제2연화봉을 거쳐 천문대와 제1연화봉으로 해서 정상인 비로봉에 올랐다가 비로사 쪽으로 내려오는 약 17-8km 되는 긴 거리였다. 요즘에 눈이 많이 내리고 날씨가 추워서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데다가 어제도 눈이 내렸고, 오늘 우리가 걷기 시작할 때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천문대까지 올라가는 길이 7-8km가 시멘트 포장길이어서 다소 지루하게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제 내린 눈으로 포장길이 흰 눈으로 덮여 있어서 평소 때보다는 덜 지루했는지도 모른다.. 길옆으로는 나무들이 흰 눈을 맞아 온통 눈꽃을 피우고 있다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듯 했다. 걷기 시작해서 제2 연화봉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렸고, 천문대까지는 2시간이 걸려서야 올라올 수가 있었다. 산 능선에 올라서니 강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이 올라올 때 흐른 땀을 식혀줬다. 기온이 더 떨어졌는지 흘린 땀을 닦은 수건이 금방 얼어붙어 얼굴을 닦으려니 버석버석하다.
거기서 10여분 더 가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연화봉’입석이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은 조그만 등산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앞사람이 지나간 발짝을 따라 걷다가 발을 잘 못 디뎠더니 무릎까지 쌓인 눈에 빠지기도 했다. 눈 쌓인 숲속 길을 30여분 걸어 빠져나오면 길고 가파른 계단 길로 이어진다. 20분 가까이 힘겹게 한 계단 두 계단 가픈 숨을 몰아쉬며 계단 길을 걸어서 산등성이에 올라서니 여기가 제1 연화봉이다. 고갯길 좌우로는 잔잔하게 펼쳐지는 철쭉나무가 흰 눈을 맞아 붉은 철쭉꽃대신 흰 눈꽃을 피우고 있다. 늦은 봄에는 붉은 철쭉꽃으로, 추운 겨울에는 흰 눈꽃으로 소백산을 이렇게 단장하는 철쭉꽃 군락지가 바로 여기이다. 제1 연화봉이라는 표지판 뒤편으로도 모두가 철쭉나무들이다. 철쭉군락지는 산모퉁이를 돌아 한참을 가도록 길게 이어진다.
제1 연화봉을 지나 오르막내리막길을 몇 번하며 30여분 올라가다 보면 ‘상고대’가 나오고, 20분 정도 더 올라가면 비로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완만한 계단이 보인다. 이 계단 길을 7-8분 올라가면 비로봉 정상이다. 죽령에서 비로봉까지 걸린 시간은 약 4시간이 소요되었다. 별도로 앉아서 쉬지는 않았지만 사진도 찍으면서 여유를 부리면서 천천히 올라왔다.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껴있어서 멀리까지는 볼 수가 없지만, 1,439m의 소백산 정상에 선 것이다. 올라서서 우측으로는 경상북도에서 세운 비로봉 입석이 커다랗게 서 있고, 왼쪽으로는 충청북도에서 세운 입석이 작게 보인다.
내려가는 길은 비로사를 거쳐 삼가탐방센타로 내려왔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경사가 심한 눈길이어서 조심해서 하산을 해야 했다.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서 다소 여유가 생겼는지 한참을 내려오다가 따뜻한 양지쪽에서 싸갖고 간 음식으로 때늦은 요기를 했다. 겨울 산을 다니면서 땀을 흘려도 물 한두 모금밖에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물 한 병을 거의 다 마셨다. 그것은 여느 산행보다 많이 힘들어서 땀을 많이 흘렸다는 몸의 자연적인 현상일거라고 본다. 정상에서 주차장까지는 밥 먹고 쉰 시간까지 다 포함해도 1시간 40분이 걸렸고, 왕복으로는 5시간 40분 정도가 걸린 셈이다.
오늘 소백산을 잘 갔다 왔지만, 사실 가기 전에는 은근히 걱정을 했다. 뒷동산 몇 번 다녀놓고는 그 높은 산을 간다고 했으니 과연 갈 수가 있을까. 괜한 객기를 부린 것은 아닐까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가기 전날은 아프지도 않던 발도 아픈 것 같고, 또 목감기도 오는 것 같아서 약까지 사먹기도 했다. 그런데 소백산을 가서 높은 산의 정기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와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편하다. 지금쯤은 다리도 많이 아파야 정상인데 전혀 그렇지 않으니 소백산이야말로 내겐 좋은 산이고, 고마운 산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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