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정읍사의 고장, 정읍오솔길을 걷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3. 1. 8. 17:10

 

 

 

 

늘은 정읍사의 고장에 가서 정읍오솔길을 걸은 얘기를 해볼까 한다. 정읍사는 작가와 연대를 알 수 없는 백제가요이며 한글로 전해 내려오는 가요 중에서 가장 오래된 된 것이라고 한다. 내용은 정읍현에 사는 행상의 아내가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서 높은 산에 올라와 혹시 있을 남편의 위해(危害)를 걱정하며 부른 노래라고 한다.

 

정읍오솔길은 1코스부터 3코스까지가 있는데 1코스는 백제 가요인 정읍사를 주제로 하여 정읍의 역사와 문화를 접목하여 사랑이 시작되고, 이루어져서 그 사랑을 지켜가는 과정을 사랑이야기로 꾸민 길이다. 2코스는 내장호수로 한 바퀴 돌면서 자연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길인데 겨울에는 찬바람만 불지만, 봄이나 여름철엔 볼 것이 그런대로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3코스는 인위적으로 개발한 자전거길이어서 도보와는 관계가 멀 것으로 본다.

 

우리가 새벽부터 일찍 서둘러 사당동에서 7시에 출발했으나 3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봤는데 차가 많이 밀리다 보니 정읍의 정읍사공원에 도착한 시간이 1040분 정도 되었다. 그리 크지 않은 공원엔 흰 눈이 발목이 빠지도록 쌓여 있었고, 공원 한편으로는 높다랗게 망부석상이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그 공원을 빠져나와 차도를 가로질러 소나무가 가득한 눈 쌓인 산길로 접어드니 바로 정읍사오솔길이 시작되었다.

 

정읍사오솔길의 1코스는 우리의 인생역정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길 이름부터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제일 먼저 만난 길이 만남의 길이다. 만남의 길 입구에는 4-50년 된 소나무가 올라가는 양길가로 도열하여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아줬다. 역시 한국에서는 소나무길이 걷기가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 걷기시작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약간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니 제2구간인 환희의 길이 나왔다. 사랑을 시작해서 뭔가 기쁨을 알 때여서 즐거움과 기쁨을 한꺼번에 주는 것을 나타낸 길이라 하겠다. 3구간 길은 굵은 소나무가 가득한 가파른 오르막 산길인데 이 길이고뇌의 길이다. 4구간은 서로간의 사랑을 언약한 언약의 길이고, 5구간은 사랑의 언약을 실천하는 실천의 길이다. 6구간은 사랑을 탄탄하게 엮어 간다는 탄탄대로의 길이고, 마지막인 7구간은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사랑을 지켜 간다는 지킴의 길이다.

 

이렇게 정읍오솔길은 고개마다 그리고 능선 따라 걷는 길에다가 사랑과 관련하여 특색 있게 길 이름이 붙여져 있다. 6km 되는 산길이 굵고 울창한 적송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서 한 겨울이고 눈이 수복이 쌓인 산길인데도 여느 산길보다 걷기가 좋았고 기분도 좋았다. 더구나 적당히 오르막 내리막도 있어서 등줄기에 땀이 촉촉하게 났다가도 얼마 안 가 평지나 내리막이 나오다 보니 체온 조절도 가능하였다. 내 평생 이렇게 장시간 긴 솔밭 길은 처음 걸어봤다. 1코스가 시작하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가 모두 소나무 숲길이다. 그 가운데도 1코스가 끝날 때쯤 해서 소나무 밑으로 3-4m 되는 잔잔한 대나무 터널이 나오는데 그 또한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이 길은 겨울에도 좋지만 겨울보다는 늦은 봄이나 초여름 쯤 걷는다면 걷는 내내 짙은 솔향기를 맡으면서 걷게 되어 아주 기분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코스 길이는 6.4km라고 하는데 주차장까지 가는 거리를 감안하면 약 7km는 족하다고 하겠다.

 

2코스는 주차장 옆으로 나 있는 내장호수 수로를 따라 걷기 시작해서 호수가로 나 있는 호수둘레를 걷는 길이다. 추운 겨울이어서 호수 전체가 얼어붙어 좀처럼 물은 구경할 수가 없지만, 여름 같으면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흐른 땀을 시원하게 식혀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호수가 늪에도 많은 식물들이 자라서 걷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을까 싶다. 호수가 길도 눈이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차고 걸어야 했다. 입구부터 약 2km 정도 걸어오니 '내장산조각공원'이 나오고, 동학혁명을 주도했던 전봉준선생의 석상이 넘어가는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 조그만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서자 허허벌판이라서 그런지 바람도 차고 강하게 불어왔다. 추위를 느낄 정도여서 빠른 속도로 한참을 걸으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몸이 춥게 느껴질 때는 빨리 걷고, 땀이 나면 속도를 줄여가며 한참을 걷다보니 내장호수 제방입구가 나왔다. 2코스의 거리는 약 4.5km이다.

 

정읍사오솔길 중에 1코스 길은 시종일관 굵은 소나무 숲길이어서 걸으면서도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다가 산길이 밋밋하지 않고 오르막내리막이 어느 정도 있어서 걷는 이로 하여금 운동량도 조절해줄뿐더러 걷는 즐거움까지 함께 할 수 있으니 정읍사오솔길이  명품길이라고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주 좋은 길을 걸어서 기분이 좋다. 이 길을 안내해준 산악회 좋은 사람들‘의 산시조대장님과 또한 같이 걸어준 카페동호회원들께도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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