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한참 만에 뒷동산을 올라갔었다. 며칠 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 아침 시간이라서 조금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정상까지 올라갈 시간이 넉넉지 않아 중간지점에서 철봉, 평행봉만 몇 번 하고선 바로 하산을 해야 도서관 좌석 표를 뽑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돌아오곤 했다. 오늘은 수능을 보는 날이라 좀 늦더라도 자리가 있을 것 같아서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니 뒷동산의 가을은 한창이었다. 이 조그만 산도 정상 부분에는 단풍이 다 낙엽 되어 떨어지고 중간부분 밑으로는 아직도 고운 단풍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렇게 가을은 산 정상부터 왔다가 산 밑으로 내려가 우리가 사는 아파트까지 내려왔다. 집 주위에 단풍나무들이 온통 울긋불긋해져 멀리까지 단풍구경을 가지 않아도 될 만큼 곱게 물들었다.
올 가을은 어떡하다 보니 제대로 된 단풍구경 한 번 못가고 이 가을을 보내는 것이 많이 안타까워했는데 그나마 뒷동산의 단풍이라도 보고 스스로 마음의 위로를 받아야 했다. 가을은 참, 짧다. 가을인가 싶으면 언제 갔는지 흰 눈이 내리고 금방 추위와 싸워야 하는 겨울이 온다. 이런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 언제부턴가 쉽게 지나치질 못한다. 마치 가슴 한편이 뻥 뚫려 있는 듯 공허함과 쓸쓸함이 물밀 듯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도 바로 가을이다. 멀리 떠난 친구도 보고 싶고, 그동안 잊고 살았던 병님이, 금님이, 영자, 남순이 등 초등학교 여자 친구들도 생각나게 하는 것이 가을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을은 사람들을 외롭게 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하는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든다.
뒷동산을 올라가는 좁은 산길에는 비온 끝이라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늦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곱게 남아있는 단풍이 있어 그들한테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아니면 가는 세월을 좀 늦춰 달라고 누군가에게 사정을 해볼까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가을이라는 계절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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