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오늘은 추억이 있는 천마산으로....

강일형(본명:신성호) 2012. 8. 17. 02:34

 

 

평소처럼 아침을 먹고는 10시나 돼서 집을 나섰다. 이번에는 남양주 평내에 있는 천마산을 가볼 생각으로 안양역에 가서 전철을 탔다. 안양에서 청량리까지는 전철로 한 시간이상이 걸리고, 청량리에서 남양주 호평동 가는 165번 버스도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천마산은 지금까지 세 번째 산행이다. 첫 번째 여기 올 때는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들하고 늦가을에 와서 야영을 했던 기억이 있고, 그리고 재작년 12월 초에도 여길 와서 많은 추억거리를 간직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재작년에 이곳을 와서 정상을 갔다가 얼추 다 내려와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막걸리를 두어 잔 했는데 그 막걸리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도 천마산 올라오는 초입 슈퍼에서 막걸리 한 병을 사서 가방에 담고, 늦은 산행을 시작했다.

 

12시가 넘은 시간이다 보니 일찍 올라간 사람들은 벌써 내려오고 있었다. 어제까지 많은 비가 내려서 도로에도 물이 절벅절벅하고 길옆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아주 시끄러울 만큼 큰 소리 내어 흐르고 있다. 잔뜩 우거진 수풀길이 나와 가까이 가서 쳐다보니 은행나무 군락지였다. 이 숲을 지나서 얼마 안가니 계곡 물가에 철지난 피서를 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호평동에서 천마산 올라가는 길은 ‘천마의 집‘까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갈 수도 있고, 또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도 있는데  길은 험해도 계곡물가길로 가는 것이 질러가는 길이라 빠르고, 물이 있어서 시원하기도 하다. 나는 계곡을 따라 걸었다. 올라가면서 손수건에 물을 적셔 땀을 닦을 수도 있고, 중간중간 벤치를 만들어 놓아서 쉬어갈 수도 있어서 좋았다.

 

‘천마의 집’을 지나 포장길은 없어지고, 가파른 산길로 이어지는데 어제 비가 많이 내려서 길이 여느 때보다 많이 험하다.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때쯤이면 꼭 쉴 수 있는 벤치가 나온다. 겨울에 여기올 때는 땅이 얼었다 녹았다 해서 질퍽거렸고, 신발에 흙도 얼마나 많이 달라붙는지 올라가는 내내 고생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크게 고생하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가 있었다. 천마산은 여느 산에 비해 바위가 별로 없고 흙이 많은 산이다. 꺽정 바위를 지나 정상 가까이에 가야 바위가 보일 정도다. 정상에 올라서니 태극기가 펄럭이고, 몇몇 사람이 땀을 식히고 있었다.

 

어느 산을 가 봐도 이렇게 산에 오면 산에 오른 사람들은 금방 말벗이 된다. 갖고 간 막걸리를 따서 같이 한 잔 하려고 하니 이미 자리를 잡은 부부가 안주가 여기 있으니 그리로 오라고 한다. 그래서 같이 어울려서 한두 잔씩 나누어 마시니 막걸리 맛이 더 좋았다. 나중에 올라온 부부가 있었는데 손수 쑥을 뜯어서 만들은 거라며 쑥떡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한참을 정상에서 휴식을 취했다.

 

내려오는 길은 아주 조심을 해야 했다. 어제 비가 많이 내린 탓으로 길 위에 빗물에 떠내려가던 잔잔한 돌들이 쫙 깔려서 잘 못하다간 엉덩방아를 찧기 쉽다. 피켈을 가지고 가서 네댓 번은 잘 버티었는데도 한 번은 엉덩방아를 찧고서야 가파른 산길을 내려올 수가 있었다. 거의 다 내려오면 오가는 사람들을 쉬게끔 많은 벤치가 있다. 재작년 초겨울에 여기 왔을 때 내려오다가 점심을 먹으면서 막걸리를 마시던 의자에 앉아 행복해 하던 그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과거를 먹고산다고 하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그 때 여기 왔던 기억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천마산이 좋았나보다.

 

천마산, 천마산은 812m의 높은 산이다. 이렇게 불현 듯 찾아왔어도 잘 왔다 싶다. 여름이 끝날 무렵 우리나라의 100대 명산인 천마산에 와서 불끈불끈 힘 솟는 정기를 고스란히 받아 왔으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비록 오고가는데 5시간을 버스에서 전철에서 보냈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누가 뭐라 해도 분명히 행복한 하루였다.

 

정상 국기봉

 

정상부근 소나무

꺽정 바위

산 중간부분에 있는 이름모를 시인의 겨울시

미끈미끈한 소나무 숲에서의 한가한 독서

 

 

 

빈의자를 대신한 피켈과 가방 

 

계곡의 맑고 시원한 물 

은행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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