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무박 2일 홍도를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2. 10. 29. 23:55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가 오는 가운데도 전남 신안군에 있는 홍도를 가기 위해 무박 2일 일정으로 집을 나와 만 하루 만에 수천리 길을 마다않고 갔다가왔다. 홍도는 몇 년 전에 해남 땅끝마을을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들를 예정이었으나 목포에서 배표를 구하지 못해서 가지 못했다. 그 후로 차일피일 미루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서 오늘에서야 홍도를 갔다 오게 되었다.

 

홍도는 섬전체가 홍갈색의 바위산으로 둘러 쌓여있다고 하여 홍도로 불리어졌다고 한다. 6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빼어난 자연경관과 아무데서나 좀처럼 볼 수 없는 풍란 같은 희귀식물이 살고 있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중에서도 대표적 경승지로 꼽히고 있다.

 

사당동에서 출발한 버스는 밤새껏 목포로 달려가 새벽녘에 여객선터미날에 도착했다. 일행 중에 밥을 싸온 사람들은 터미널 안에서 아침을 먹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식당에 가서 아침식사를 했다. 홍도를 가는 배는 첫배가 750분이어서 다소 여유는 있었다. 목포에서 홍도까지의 승선요금은 33,900원이다.

 

홍도를 가는 쾌속선은 750분 정시에 출발했다. 안개가 옅게 끼었지만 항해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10여분 바다로 나가니 다도해의 여러 섬들이 크고 작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 섬도 많다. 그리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바다 위에 떠있는 듯이 보이는 섬들을 선상에서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첫 번 째 기항지인 도초도, 비금도항구에 도착하였다. 목포에서 비금도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다시 우리를 태운 쾌속선은 잠시 정박하여 승객들을 태우고 흑산도를 향했다. 그런데 여기부터가 문제였다. 여기까지 올 때까지만 해도 잔잔하던 바다가 파도 때문인지 아니면 물살이 세어서 그런지 상하로 요동이 심하였다. 파도에 배가 위로 솟구칠 때마다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는가 싶더니 얼마 안가 여기저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견디기 힘 들었는지 어떤 사람은 선상바닥에 아예 드러눕기도 했다. 배 멀미가 시작된 것이다. 조금 전 선실 안내원이 돌아다니면서 비닐봉지를 나누어 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 정도로 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 두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들 난리다. 나도 배는 몇 번 타지 않았지만 여태껏 배 멀미는 없었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고 보고, 멀미약도 먹지 않았다. 조금 더 있으니 덥고 땀이 나기 시작하고 참기 어려울 만큼 고통이 시작되었다. 선실 안내원이 꺼져 있던 에어콘을 작동시키고 돌아다니면서 다들 겉옷을 벗으라고 한다. 겉옷을 벗어도 멀미는 수그러들지 않고 마찬가지였다. 옆에도 뒤에도 앞에도 비닐봉지 받은 사람들의 구토가 시작되었다. 나는 간신히 버티고는 있지만 언제 구토가 시작될지 시간 문제였다. 온몸은 한 여름에 마라톤이라도 뛴 것처럼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런 상태로 거의 한 시간 정도를 타고 와서 흑산도 항구에 도착하니 조금 안정이 되는 듯 했다. 배 멀미만 없었으면 선상에서 다도해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과 마음에 담아두며 기분 좋게 왔을 텐데 멀미 때문에 전혀 그렇지를 못했다. 홍도를 가려면 아직도 30분 정도를 더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야되나 그걸 먼저 걱정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멀미는 홍도에 도착 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그래도 나는 용케 잘 참았는지 땀을 흘리고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토하지는 않고 홍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도착하기 전 이렇게 기진맥진한 상태로 홍도에 도착하여 과연 깃대봉을 올라갈 수가 있고, 다시 배를 타고 홍도의 33경을 돌아볼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홍도에는 예정보다 10분 늦은 10시 반에 도착했다. 배 멀미로 관광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배에서 내리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했다. 우리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깃대봉으로 출발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당일치기로 홍도에 왔기 때문에 여기저기 살펴볼 여유가 없을 만큼 일정이 빡빡했다. 깃대봉까지 1시간 반 만에 갔다 와야 한 숨 돌리고 12시 반에 출발하는 관광유람선을 탈 수가 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무리할 필요 없이 깃대봉만 갔다 오던지 아니면 관광유람선만 타던지 한쪽만 선택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100대 명산인 깃대봉도 가고 싶고, 유람선도 꼭 타야 할 것 같아서 무리한 욕심을 냈다. 이렇게 배 멀미까지 하면서 어렵사리 왔는데 보고 갈 곳을 못 보고 그냥 간다면 여기 홍도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겠는가 싶었다.

 

마음만 급해서 그런지 깃대봉 올라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정상까지가 368m이라서 쉽게 생각한 탓도 있겠지만 초입에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보니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다가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왔다간 사실을 남기려고 사진 한 장 찍다보면 같이 간 일행들이 보이지를 않아서 허겁지겁 달려가야 했다. 전망대에서 홍도해안선을 내려다보니 잘 그려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아주 한참 만에 보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가파른 흙길이 나왔다. 선발대는 얼마나 빨리 갔는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렇다고 마냥 뒤쳐져 갈 수도 없어서 힘을 내 보지만 아마츄어가 전문 산악인들을 따라 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지런히 걸어서 정상이 약4-500m 남았다는 지점에 도착할 때쯤 선발대로 올라간 사람들이 벌써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숨을 고르고 반은 뛰다시피 달려서 정상에 올라가 산행대장님의 인증샷까지 찍고 부지런히 내려오니 배표를 끊어서 유람선을 탈 수가 있었다.

 

홍도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은 시간적으로 2시간 반이 소요되고 승선요금은 22,000원이었다. 목포에서 홍도까지의 쾌속선의 요금이 33,900원인데 비해 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홍도를 배타고 한 바퀴 돌고 나니 전혀 그렇지를 않고 내 생각이 잘 못 되었다는 걸 금방 알게 되었다. 도승바위, 병풍바위, 원숭이, 주전자, 거북이, 독립문바위 및 홍어굴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오래 전에는 산이었던 것이 풍수로 식물은 다 없어지고 저렇게 아름다운 바위산이 되어 우리를 불러내어 반갑게 맞이하는 듯 했다. 사람들이 그 멀고 먼 작은 섬에 뭘 보려고 몰려가나 했더니 여느 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바위산이 있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불현 듯 홍도를 찾아 왔지만 홍도의 모든 걸 보고 가서 기분이 좋다.

 

우리 일행은 홍도에서 오후 3시 반에 출발하여 목포로 가는 쾌속선에 몸을 실었다. 올 때 멀미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갈 때는 멀미약을 미리 사서 마셨다. 멀미약에 수면제 성분이 있었는지 한 숨 자고 나니 목포항이었다.

 

이번 홍도여행은 저렴한 경비와 빈틈없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우리를 초대해준 좋은 사람들 산악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첫날부터 끝날 때까지 우리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생하신 가을과 겨울산행대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말을 드리며, 짧은 시간에도 이렇게 알차게 아름다운 여행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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