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처갓집을 마지막으로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2. 7. 23. 23:55

 

 

 

 

 

지난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경주에 있는 처갓집을 다녀왔다. 지금은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큰 처남이 고향을 지키며 그 집에 살고 계셨는데 살던 집을 이번에 팔고, 보문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여 안산에 사는 처남내외와 같이 다녀왔다.

 

이 집에서 돌아가신 지가 꽤 되었는데도 아직도 여기저기에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숨결이 남아 있었다. 마루, 안방, 부엌, 마당의 정원, 창고까지도 두 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부분이 없다보니 서운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이럴진대 여기서 오래도록 살았던 큰 처남이나 막내처남은 나 보다 몇 배 더 큰 아쉬움이 있었을 게다.

 

젊었던 시절 처갓집에 오면 바깥마당 담벼락에 토끼를 키워서 잡아주기도 하고, 또한 여름철에는 장인어른과 처삼촌을 모시고, 서천 냇가에 가서 족대로 피라미를 잡아다가 밀가루를 묻혀 튀기고, 매운탕도 끓여서 소주를 마시기도 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 데 언제 이렇게 세월이 갔는지 이곳에 계셔야 할 두 분은 안 보이시고, 그 흔적만 더듬게 한다. 젊었을 때 세월이라는 걸 진작 알았다면 지금처럼 이 집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은 덜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저녁때가 되어 저녁 식사를 할 때는 처삼촌을 모셔와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잔을 따라 드리며 옛날 얘기를 나누었다. 80이 넘으셨지만 아직 근력도 좋으시고, 건강하셔서 처가어른 중에는 유일하게 자주는 아니더라도 처가대소사 때나 가끔 뵙는 데도 늘 반가워하신다. 처삼촌께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 생전에도 참, 각별하셨다. 형제간에 정도 정이지만 장모님한테도 너무 잘 하셨기에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일요일에는 포항에 사시는 처이모가 회를 떠서 집으로 오신다고 하신다. 그래서 아침은 가볍게 먹고 집 뜰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하남에 사는 둘째 처남내외가 급한 일로 참석을 못하고 나머지는 다 참석을 했다. 이번 주 이사를 가면 이 집은 헐리고 여기다가 원룸을 진다고 하니 다음에 오더라도 이 집은 영원히 볼 수가 없기에 마음에 새겨놓고, 사진으로 남겨놔야 후일에 한 번씩 들여다보고 추억에 잠길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4남매 내외와 처이모님, 그리고 처이종 내외 등과 같이 처갓집에서 먹은 점심식사가 이 집에서의 마지막 식사였다. 처이모님은 포항에 사시는데 아들, 딸내미 시집. 장가 다 보내고 뒤늦게 서예공부를 시작하셔서 채 6년이 안 되었는데도 국전에 입선도 하시고, 각종 상을 휩쓸 정도로 대단한 분이시다. 그런 분이 내 처이모라는 것도 영광일 뿐만 아니라 자랑거리다. 처갓집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회 안주에 경주의 최고 술인‘화랑’으로 격을 갖춘 뜻있는 식사였다. 포항에서 일부러 찾아주신 처이모님께 감사드리고, 이삿짐 싸느라고 마음도 심란할 텐데도 자리를 마련해주신 큰처남 내외분께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며, 모쪼록 하시고자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려서 좋은 일이 많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꼭 그렇게 되시길 마음 속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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