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오늘은 뒷동산,염불사,삼성산,삼막사를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2. 8. 14. 23:39

 

 

 

채 11시가 안 되어 집을 나섰는데 이제 더위는 한풀 꺾인 것 같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집을 나가면 위에서 내려쬐는 햇볕과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훅훅 달아올랐었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은 덥긴 더워도 견디지 못할 만큼 지독한 더위는 아니다.

 

어제는 뒷동산을 넘어 안양유원지까지 갔다가 간 길을 되돌아왔었는데 오늘은 거리를 더 늘려 염불암을 걸쳐 삼성산 정상에 올랐다가 삼막사로 해서 경인교대 쪽으로 내려왔으니 평소보다 거리를 세배 정도 늘린 것이다. 왜 이렇게 거리를 늘리느냐면 다음 주나 그 다음 주에 이틀 동안 곰배령과 강릉 해안 길을 걸을 예정이다. 그래서 다리 힘도 올려놓고, 한동안 장거리 도보는 하지 않아서 체력테스트를 해 놓는 것이 동행자들한테 폐를 덜 끼칠 것 같아서다. 까페 동호회 친구들과 같이 걸어보면 걷는데 이골이 난 사람들이라 미리 단련을 하지 않고 갔다간 폐만 끼칠뿐더러 본인도 엄청 고생을 한다. 그래서 이렇게 내공을 다져놓으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봉산 정상을 지나 안양유원지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골짜기 마다 물소리가 들린다. 지난 토요일 비가 그런대로 내려서 물이 없던 계곡에서도 제법 물소리가 날 만큼 물이 흐르고 있고, 유원지 계곡에도 평소에는 물이 별로 없었는데 징검다리가 물에 파묻혀 신발을 벗고 건너야 할 정도로 많은 물이 철철 흐르고 있다. 아직 더위가 다 가시지 않아서인지 계곡물과 둑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시 염불사로 가기 위해선 시멘트 포장길을 약 1km 넘게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초입에서 젊은 친구하고, 40대 중후반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뒤에서 따라오다가 나를 불러 세운다. “아저씨, 이 길이 계속 이렇게 포장길인가요?” “아니오. 이 포장길은 염불암까지만 포장이 되었고, 그 이후는 산길입니다.”라고 알려 주었더니 깍듯하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뒤를 따라 왔다. 한참을 올라가 염불암을 한 바퀴 돌아보고 삼성산 정상을 다 올라가도록 그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삼성산 정상에 올라가서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있노라니 올라오는 길에서 길을 물어봤던 두 사람이 올라왔다. ‘여기서 또 보는 군요’ 하고 인사를 건내니 금방 알아본다. 같이 동행하는 사람이 아들이냐고 물었더니 아들과 같이 부천에서 왔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올라올 때 막걸리를 한 병 사갖고 오면서 누구하고 같이 마실 사람도 없고 해서 여기까지 갖고 왔는데 같이 한 잔 하자고 하니 아들이 선뜻 응해 주었다. 그래서 삼성산 정상에서 오이 안주로 막걸리 한 병을 같이 다 비우고, 사진 한 장도 부탁해서 찍고, 나는 삼막사 쪽으로 내려오고, 그 친구는 차가 유원지에 있다면서 유원지로 내려갔다.

 

삼막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에 의해 세워졌다. 산 너머 올라올 때 거쳐 왔던 염불사는 고려 태조 왕건 때 지은 절이다. 두 절을 비교해 보면 삼막사가 오래된 절인데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서인지 오래된 절 같이 안 보이고, 오히려 염불사가 조용하고, 건물도 오래된 절처럼 보였다. 지금은 어느 절을 가던지 입시철이 다가와서 불공드리는 엄마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삼막사에서 ‘마애삼존불상’이 있는 칠성각까지는 계단이 275개가 있고, 거리로는 약 500m가 된다. 올라가는 초입에는 장작을 패서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이 여느 절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칠성각 입구에는 ‘암바위’가 보초를 서듯 버티고 있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 옆에 길쭉한 ‘숫바위’가 있다. 스님들도 스님이기 전에 자연인으로서의 한 남자여서 불도(佛道)를 닦다가 불쑥불쑥 솟구치는 아랫도리 힘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산길 500m를 한걸음에 달려와서 암바위를 보면서 내공을 다지고 다시 내려가 불도에 정진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삼막사를 숱하게 왔는데도 몰랐는데 칠성각에 있는 ‘암수바위‘는 저지난 겨울에 카페 산행을 같이 왔다가 알게 되었다.

 

삼막사에서 경인교대로 내려가는 길은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돌아서가는 포장길이 있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길은 안 좋아도 시냇물소리와 새소리도 들으며 여유가 생긴다. 비온 끝이라 어디를 가든 물이 넘친다. 경인교대 가까이 오니 많은 사람들이 계곡에서 철지난 피서를 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오늘 결코 짧지 않은 행군을 경인교대에서 끝내고, 집으로 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안양유원지

염불사 대웅전

 

 

삼성산 국기봉

삼성산 정상

삼막사 천불전

삼막사 뒷산

지극정성 기도

 

삼막사 칠성당 올라가는 길

여근석

남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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