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을 서둘러 먹고는 뒷동산엘 갔었다. 벌써 올들어 연속해서 3일째가 된다.토요일이라 그런지 오늘은 다른 날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여느 때는 가끔 삼삼오오 오가는 아줌마들만 보였는데 오늘은 아이들과 같이 올라가는 젊은 부부들도 눈에 띄였다.이렇게 나의 집 뒷동산은 여러 사람이 부담없이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산길이다.
산 초입 정수장 모퉁이를 돌아서니 짙은 풀냄새가 가장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숨을 헐떡거리며 고갯마루를 올라서 좀 더 걸으니 말매미 울음소리가 크고 우렁차게, 보리매미는 작고 갸날프게 조화를 맞춘다. 마치 군악대가 신병훈련소에 장병들이 입소할때 환영연주하는 것처럼 산길 양쪽에서 울려 퍼진다.이런 모습은 여름 아니면 아무 때나 보고 느낄 수 없는 여름만의 진풍경이다. 삼복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이렇게 산에 오르는 것도 이런 멋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 아닐런지.
오르막은 길게 이어지지 않고 숨이 가파오는가하면 금방 끝나고, 약간의 평지 길을 걷게 하다가 또 오르막이 반복된다. 이렇게 몇 번을 해야 비봉산 정상에 오른다. 오늘 같은 날 비봉산 정상을 오르면 땀 많은 사람들은 땀으로 온 몸이 범벅이 된다. 윗도리는 벗어 짜면은 물이 나올 정도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이 확 트인 시야보다도 시원한 바람이 가장 고맙다. 잠시 쉬면서 흘린 땀을 식혀야 가깝게 또한 멀리 보이는 경치가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비봉산, 비봉산은 안양시 비산동에 있는 그리 높지 않은 우리 동네 뒷동산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그 산을 쉽게 오르는 것은 아니다. 가픈 숨을 몰아쉬며 땀을 흘린 사람만이 정상을 올라갈 수가 있다. 첫날은 올라가면서 한 번 쉬었고, 어제와 오늘은 올라 갈 때 한 번도 쉬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쉬지 않고 올라가면 4-50분 정도 걸리고, 정상에서 좀 쉬었다 내려온다고 해도 간길로 내려오면 왕복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그게 좀 부족하면은 올라간 길로 내려오지 않고, 몇 백미터 내려가다가 안양무선항공표시소 쪽으로 올라갔다가 망해암을 거쳐 대림대학 뒷산을 타고 내려오면 약 2시간 반이 소요된다. 그러면 우연만한 사람들은 좀 걸은 것 같다고 할 것이다.
오늘처럼 산에 오르내리며 땀을 흘리고 나서 집에 와 샤워하고, 빈대떡 한쪽 부쳐서 막걸리 한 잔 한다면 이 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을까. 맹자님의 '인생삼락'하고는 감히 견줄 수는 없지만은 요즘처럼 삼복더위에 집에서 더위와 싸우지 말고,이런 데서 삶의 즐거움을 찾는 것도 괜찮은 듯 하다. 오늘은 '2,000원의 행복'을 느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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