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남한산성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12. 4. 00:52

 

 

 

 

 

 

 

 

 

 

 

 

 

 

 

 

 

오늘은 초등학교 동기생들과 같이 성남에 있는 남한산성을 갔다. 어제부터 비가 내려 비온 끝이라 땅바닥은 젖어있고 올라가는 길은 좀 미끄러운 편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걸었다. 도회지에서야 헬스크럽에 가서 런닝머신을 타고 뛰든지 아니면 걸어야 하는데 그런 것 말고는 별다른 운동수단이 마땅치 않다. 그렇지만 이렇게 도심 한가운데 남한산성이라는 등산로가 있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이 길을 걸으니 건강도 챙길 수 있고, 또 친구들과 같이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며 우정도 쌓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길인가.

 

우리 친구들은 충북 청원군 미원면 용곡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교로 남아 있다가 지금은 그마져 명맥을 유지 못하고 학교도 없어졌지만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 수도권에 올라와서 사는 친구가 여럿 되는데 그 친구들과 같이 성남에 남한산성유원지에서 출발하여 수어장대까지 걸은 것이다. 작년 이맘때는 서울 송파 거여동에서 출발하여 수어장대 쪽으로 갔었고, 이번은 반대편에서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내려와서는 그리 많은 친구들은 오지 않았지만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못 다한 정을 나눴다.

 

송파에서 올라가는 길보다 성남 쪽에서 올라가는 길이 올라가는 내내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아서 걷는데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불우이웃돕기 자선음악회를 하고 있었지만 몇 명만이 앉아 있을 뿐 썰렁했다.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 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도로 옆으로 울퉁불퉁하게 길을 만들어 맨발로 걸으면 지압이 저절로 되도록 ‘걷고 싶은 맨발길’이 있었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통일을 기원하며 정성들여 쌓아 놓은 ‘통일기원탑’이 나온다. 계곡 옆으로 공간이 있는 데는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도록 의자도 있고, 싸갖고 간 음식을 풀어서 먹을 수 있게끔 탁자도 있다. 많은 물은 아니지만 졸졸졸 소리 내어 흐르는 물소리도 들을 수 있어 산에 온 기분이 났다. 통일기원탑을 지나니 조그만 절 백련사가 우측으로 나왔고, 여기부터는 올라왔던 길보다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서니 남문이 나오고 좌측 옆으로 길게 늘어진 산성이 보인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산성 길은 이렇게 여럿이 걷는 것보다 연인이 손잡고 다정하게 걷는다면 더 보기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올라가면 4-50분이면 올라가고 천천히 얘기를 나누며 올라간다고 해도 1시간 남짓이면 수어장대까지 올라갈 수가 있다. 이렇게 우리는 그 길을 갔다가 내려와 송파에서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막걸리를 마시는 친구도 있고, 소주를 마시는 친구도 있다. 다들 즐거워하는 걸 보니 그래도 초등학교 친구들이 허물없고 문문해서 가장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이다 보니 이렇게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얼마 남지 않은 2011년의 아쉬움을 달래고, 좀 더 건강하고 복된 새해를 기원했다.

 

이번에도 병숙이 친구가 우리 고향친구들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줘서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고마운 마음을 간직한 채 이렇게 집에 돌아왔다.

 

“친구, 고맙네. 늘 신세만 지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 늘 건강하시게. 또 보세.”

 

 

133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삼일 째 뒷동산엘 가다  (0) 2012.07.28
내 집 뒷동산엘 가다  (0) 2012.07.27
수리산에 오르다  (0) 2011.11.17
도봉산을 가다  (0) 2011.11.05
오늘은 친구내외와 운길산을 갔다  (0) 201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