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난 주말, 경주엘 다녀왔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2. 6. 6. 01:25

 

 

 

지난 주말엔 갑자기 경주를 가게 되었다. 평일에 갔으면 아주 편하게 갔다 올 수도 있었는데 평일은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못 가고 이렇게 복잡한 주말에 집을 나섰던 것이다. 가게 된 이유는 간단치 않다. 크게 하는 일도 없이 3년 가까이를 허송세월을 보내다 보니 뒤늦게 뭐라도 해볼까 해서 경주를 갔었다.

 

경주에 보문단지로 해서 경주 초입에 있는 무열왕릉 동네를 들렀다가 다시 경주공고 뒤에 있는 한옥 집을 둘러보고, 경주에서 울산 쪽으로 가다보면 삼릉이 나오는데 거기도 잠깐 보고, 일요일 오후에 집으로 왔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걱정이고 고민이 크다. 오늘도 도서관에서 밤 11시에 끝나고 나오면서 캔맥주 몇 개를 사들고 오다가 집 앞 벤치에 앉아 안주도 없이 마시면서 많은 걸 생각했다. 이렇게 늘그막해서 뭐라도 하려고 하는 것은 가상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들 수도 없기에 매우 곤혹스럽다.

 

경주는 마누라의 고향이기도 하고, 내 처갓집이 있기도 하다. 물론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경주로 내려간다면 집사람은 그런대로 괜찮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 우선 친구들과도 자주 볼 수도 없을 것이고, 또 고향도 좀처럼 쉽게 가지 못할뿐더러 여러 모임이 서울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그런 모임에 참석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다가 가장 큰 문제는 어머니이다. 지금은 홀로 된 동생과 같이 어머니가 살고 계신데 내가 훌쩍 떠나고 나면 과연 누가 돌볼 것인가. 그래도 지금은 떨어져 살아도 일주일에 한두 번 들러서 어머니 근황을 살폈다. 도우미 아줌마가 일주일에 세 번은 온다고 해도 내가 멀리 간 것을 어머니가 아신다면 크게 낙담을 하실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이리저리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아무튼 수일 내에 결정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정도이고, 또 바람직한 일인지 많은 고민을 해보고 결정이 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길을 갈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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