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소금강, 통일전망대, 백담사를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10. 31. 17:50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1박2일 일정으로 전 직장 OB선후배들과 같이 강원도 오대산의 소금강, 설악산, 통일전망대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백담사를 들렀다가 왔다.. 여행을 한다고 하면 이렇게 나이가 먹었는데도 마음이 들떠서 떠나기 전날 밤은 잠을 설치기도 한다. 이번 여행은 철 지난 단풍구경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높은 산 쪽으로는 푸르던 나뭇잎들이 단풍 되었다가 모두 낙엽으로 떨어졌지만, 산 중간 밑으로는 아직도 곱게 물들은 단풍잎들이 남아 있었다.

 

소금강은 아이들 어렸을 때 여름에 가보고 그 후로 회사 동료들과 같이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소리 내어 맑게 흐르는 계곡을 따라 군데군데 곱게 물들은 단풍구경을 하며 고즈넉한 산사인 금강사를 걸쳐 신라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왕자인 마의태자가 머물던 식당암을 지나 구룡폭포까지 가보지는 못했다. 작게 또 크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물소리도 좋지만, 걷는 길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때로는 계곡을 따라 걷다가 산길로 이어지기도 하고, 길고 좁은 출렁다리를 건너가기도 했다. 걷는 길이 편안해서인지 우리뿐이 아니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걸었다. 한참을 땀 흘리며 걸어올라 가니 구룡폭포가 나왔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만물상까지 올라갔으면 했는데 그렇지를 못했다. 구룡폭포에서 흘린 땀을 식히며 잠시 쉬고는 바로 하산을 서둘렀다.

 

우리 일행은 주문진으로 내려와 동해안 도로를 타고 양양으로 올라가다가 바닷가 가까이 있는 휴휴암에 들렀다. 절은 오래된 절 같지는 않은데 미륵이 다른 절과는 달랐다. 미륵 양편으로 보살이 미륵을 모시고 있는 것도 특이한데 멀리서 바라보니 석양에 비친 미륵은 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보였다.

 

다시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여 낙산사를 갔다. 낙산사는 작년에도 한번 들렀고, 불나고 그 다음해 정월 초하루 날 낙산사에 와서 새해맞이를 하기도 했었다. 그 때보다는 나무들도 컸고, 주위도 복원이 많이 되었지만 아직도 공사는 하고 있었다. 어둠이 금방 내리어 동해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미륵불이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조금 전에 휴휴암에서 보았던 미륵은 손에 책을 들은 반면에 낙산사에 있는 미륵은 항아리를 들고 있는 것이 달랐다.

 

우리는 낙산사를 갔다가 내려와서 거진으로 이동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횟집에서 싱싱한 회를 안주삼아 선후배가 소주잔을 나누었다. 물론 여태껏 두 달에 한 번씩은 만나고 있었지만 도심에서 만나는 것과 이렇게 수백리길을 달려와 동해안 북쪽 끝에 있는 바닷가에서 만나고 있는 것은 그 의미뿐만 아니라 차원이 달라서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다는 ‘금강산콘도’로 이동해 밤이 늦도록 소주와 맥주잔을 기울였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도 밤이 깊었다는 걸 알았는지 조용해지고, 떠들썩했던 술꾼들도 하나 둘 자리를 떴다. 이렇게 강원도 고성의 밤은 깊어갔다.

 

이튿날 아침이다. 바다 깊은 곳에서 떠오른 태양이 하늘에도 있고, 바다에도 있다. 바다위로 떠있는 햇빛은 눈이 부시도록 빛났다. 우리는 콘도 지하에 가서 사우나로 몸을 풀고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도 거른 채 통일전망대를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통일전망대는 86년도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고는 3년 전에 금강산을 갈 때 먼발치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휴일이 아닌데다가 평일도 이른 시간이라서 사람들이 별로 없고 한적했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멀리 북쪽을 바라보니 해금강과 금강산이 보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저곳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했었는데 어떡하다 중단된 채 서로가 반목질시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지 않은가. 오래전에 이곳을 처음에 와서 북쪽 땅을 바라볼 때만 해도 많이 긴장했었는데 실제로 몇 년 전에 금강산을 다녀오고 보니 그런 마음이 들지 않고, 저쪽도 내 나라이고 그쪽 사람도 내 동포, 내 형제라는 생각이 들어선지 전처럼 두렵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다볼 수가 있었다.

 

우리는 거진으로 내려와 때늦은 아침을 먹었다. 순두부백반을 먹으려고 오는 내내 이리저리 아무리 둘러봐도 찾지 못하고, 황태해장국으로 대신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는 서둘러 설악산으로 이동하여 권금성 가는 케이블카를 타야 했지만 입구부터 차가 밀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평일에도 이렇게 밀리는데 주말에는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간신히 공원입구에 도착하여 케이블카를 타려고 알아보니 두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여기까지 온 보람도 없이 차를 돌려 속초 중앙시장으로 내려와 시장구경을 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멍게젓갈이 눈에 띠여 하나 사고 보니 어머니도 생각나서 하나 더 샀다. 주인아주머니가 인상도 좋으시고, 아들과 같이 장사를 하시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같은 일행을 몇 명 불러 그 집을 이용하게도 했다.

 

미시령을 넘어 백담사로 이동했다. 백담사 주차장에는 버스를 타려고 길게 줄을 서있다. 버스는 자주 다니는데도 원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는지 한참을 기다려서야 버스에 오를 수가 있었다. 굽이굽이 계곡 위로 나있는 좁은 산길을 내려오는 버스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잘도 간다. 밑에를 보면은 아찔할 정도로 낭떠러지다. 20분 가까이 올라가니 백담사에 도착했다. 다리를 건너니 바로 절이다. 다리 밑으로 널따란 내에는 원래 흘러야 할 물은 그리 많지 않고 사람들이 소원을 빌면서 하나 둘씩 쌓아올린 돌탑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백담사는 주위 산과 내가 아주 조화로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전 대통령이 그곳에 머물면서 유명해지기는 했어도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그곳에 가서도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어찌 좋은 곳이라 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번 여행은 오랜 직장동지들과 강원도의 이곳저곳을 함께 했다. 회사를  떠난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선후배들과  어떻게 좋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가 있었겠는가..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잘 하시겠지만 더 건강을 챙겨서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 고생하신 임총무님과 신회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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