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연천에 동막골을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8. 16. 12:51

 

 

 

 

 

 

 

 

 

 

 

 

 

 

 

 

 

 

 

 

 

 

 

 

 

 

 

 

광복절 연휴를 이용하여 부천 여동생 내외와 같이 연천에 있는 동막골 유원지로 철 지난 피서를 갔다가 왔다. 원래 날씨가 괜찮다고 해서 출발했는데 가서 있는 이틀 동안 비가 오락가락 반복했지만 그런 것들이 놀러가는 것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지 계곡물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도로가에 차를 세워놓을 틈이 없이 차량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가는 날 새벽에 많은 비가 왔다고 하던데 계곡물은 흙탕물이 아니고 아주 맑은 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깨끗한 편이었다.

 

계곡은 4-5km를 길게 이어지는데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수량이 풍부해서 하루 이틀 계곡에 쉬었다가기는 안성맞춤이었다. 꼭 작년 이맘때에는 가평에 있는 조무락골을 갔었는데 그곳보다는 동막골이 어린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는 훨씬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계곡인데도 개울이 넓은데다가 깊지가 않고 물이 차지를 않아서 어른이나 아이들이 장시간을 물에서 보내도 춥다는 아이들이 없었다. 여기저기 물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내 아이들과 같이 어렸을 때 이렇게 계곡에도 오고, 또 바다에도 갔었던 생각이 난다. 그게 벌써 이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근래에는 피서를 가든 놀러가든 콘도나 팬션을 미리 얻어가서 밥해먹고 자는데 신경을 안 쓰고 편하게 있다가 오지만, 옛날에는 물가에 갈 때는 텐트를 가지고 가서 야영을 많이 했었다. 요즘 들어 다시 야영하는 것이 유행인 듯하다. 지난번에 해수욕장을 가 봐도 온통 백사장을 각양각색의 텐트가 뒤덮여 있더니 이번에 계곡에 와 봐도 다들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고 있다. 우리도 평상을 하나 빌려서 평상위에다 텐트 하나를 치고, 그 옆 공터에 또 하나를 쳐서 잠자리와 휴식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해 본지가 잘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아주 오래 되었다. 여태까지 잊고 살았던 젊은 날의 추억을 오늘에서야 돌아보게 된 것이 동막골 계곡에 왔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고마운 일이다. 우리는 대충 잠자리를 마련해 놓고 고기를 구워서 소주를 한 잔씩 나누며 놀러온 기분을 한껏 돋우었다. 언덕배기 나무에서 매미가 노래를 하면 계곡으로 흐르는 시냇물이 소리 내어 장단을 맞춘다.

 

여동생이 이것저것 음식을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삼겹살을 구워먹고 나니 왕갈비를 재워 온 걸 꺼내 놓았다. 어느 것 하나 맛이 없는 것이 없었으니 당연히 많이 먹고 또 많이 마실 수밖에 없었다. 저녁이 되자 저녁 식사로 옻닭을 끓였는데 녹두를 넣어서 그런지 닭 냄새도 안 나고 구수한 것이 사서 먹는 것 하고는 비교가 안될 만큼 맛이 독특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맛이 있었다. 밤이 오래 되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 최근 2-3년 들어서 가장 많이 마시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런데도 공기도 맑고, 안주가 좋아서인지 술이 그렇게 많이는 취하지 않았다. 매제는 냇가에 어항을 놓으러 들락날락 하더니 딸내미를 데리고 대낚시 두 대를 들고 냇가로 갔다. 컴컴한 밤이지만 텐트 주위로는 전깃불이 있어서 통행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술 마시는 내내 시끄럽도록 울어대던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가 사람이 지나가니 일제히 울음을 뚝 그친다. 앞산 꼭대기에 둥근달이 구름 속에서 나와서 수줍게 인사를 하더니 어느새 구름 속으로 다시 숨어 버렸다. 이렇게 동막골의 밤은 구름 속에 숨는 저달과 같이 깊어갔다.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매미울음소리와 냇가에 물소리가 잠을 깨웠다. 도저히 더 드러누워 있을 수가 없도록 기상나팔을 불어댔다.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안개비가 내리고 있고, 냇가에는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먼 산 쪽으로는 산중턱에 운무가 걸려 있다.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물에 들어가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런데 어제 밤늦게까지 밖에서 있었지만 개미들은 있어도 모기는 없다는 것이 참으로 이상했다. 올해는 하도 비가 오래도록 많이 내려서 모기유충이 자라지 못했는지, 계곡이라서 모기가 꽤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모기는 없어서 모기와 싸워야 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이 계곡에는 아이들만 물에 들어가서 노는 것이 아니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같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데가 동막골이 아닌가 싶다. 원래 나이들은 사람들이 물이 차가우면 잘 안 들어가는데 이 계곡물에는 나이든 사람이나 어린 아이나 같이 들어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에서 계곡으로는 이만한 피서지가 흔치 않을 것 같다. 나도 여러 곳의 계곡을 다녀봤어도 그 중에서 한 2-3일 물놀이하면서 쉬었다가는 곳으로는 이곳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선 무엇보다도 경치가 수려하고, 수온이 적당할 뿐만 아니라 수량이 풍부하여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낚시를 하면서 무료함도 달랠 수가 있다. 또 어디를 가든 개울물이 깊지 않아 위험하지 않아서 좋다.

 

막내 여동생내외 덕분에 연천의 동막골 상류에 있는 ‘물바위유원지’를 가서 이틀 동안 잘 먹고, 잘 놀다 왔다. 이렇게 늘 그 동생한테 신세만 지는 것 같아서 미안도 하지만, 불러주면 고마워서라도 언제나 달려 간다. 피서를 가든 여행을 하던 혼자 가는 것 보다 여럿이 가야 재미가 있다는 것은 여행을 다녀 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여동생 내외께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또, 불러 줘. 알았지? 잘 있다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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