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 제사를 지내러 가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10. 26. 01:29

 

 

 

어제가 아버지 기일이라서 충북 미원에 형님 댁으로 내려갔다. 얼마 전부터 어디를 간다고 하면 나이가 먹어서인지 장시간 운전을 하는 것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아서 대중교통수단을 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더구나 고향에 갈 때는 집 앞에서 버스를 타면 청주로 해서 미원까지 갈 수가 있으니 혼자 가면서 일부러 차를 끌고 갈 필요가 없다.

 

버스에 올라서 시내를 빠져 나가니 언제 세월이 그렇게 갔는지 산에는 단풍이 울긋불긋 들어있고, 들에는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논에 벼들은 많이 베었지만 아직도 군데군데 베지 않은 벼들이 보이고, 밭작물들은 그대로 농부들의 일손을 기다리고 있다. 날씨는 내려가는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월요일이라 차가 밀리지 않아서 시원스레 달렸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가을 정경(情景)을 정신없이 보다보니 어느새 청주에 도착했다.

 

미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와서 미원에 내려 시내버스로 갈아타니 농어촌 버스라서 그런지 승차요금이 500원이다. 그런데 올라가면서 동네란 동네를 다 들르니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는데 내리고 타는 사람이 별로 없다보니 금방 형님 댁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가 1986년도에 돌아가셨으니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뚜렷하다. 지금도 날씨가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25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날도 쌀쌀했다. 마당에다가 장작불을 지피고, 밤샘을 하는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추위를 녹이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때만해도 청주에 바로 밑에 동생이 살았고, 또 막내 동생이 살았는데 동생네 집에 가셔서 나가셨다가 집을 못 찾고 몇 시간을 헤매시다가 파출소에 가서 모시고 들어왔는데 날씨가 쌀쌀했고, 환절기라서 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에 4주 정도 계시다가 돌아가신 것이다. 지금은 혈압이 높다고 하면 혈압약을 먹지만 그 때만 해도 혈압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때였다. 지금처럼 아버지가 혈압약을 잡수셨다면 더 사실 수 있었는데 이렇게 지나고 보니 그런 것들이 많이 걸린다.

 

할아버지 제사라고 하니 서울에 있는 장조카도 내려왔다. 같이 제사를 지내고 장조카는 밤에 올라가고, 나는 하룻밤을 형님 댁에서 자고 아침을 얻어먹고 10시나 돼서 집을 나섰는데 버스 타는 데까지 연로하신 형님과 형수가 배웅을 해 주셨다. 다음 주에 시제라 또 뵈는데도 이만큼 따라 나오셔서 내가 버스를 타는 걸 보고 잘 가라고 하신다. 두 분이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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