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어디를 가든 가마솥 열기와 같은 더위로 정말 서민들이 올여름 나는데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다. 70평생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런 더위는 처음이어서 세상이 뒤집히려고 이처럼 혹독한 시련을 주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해 발목을 접질려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시간이 가면 낫겠지 하며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잘 낫지 않아 동네 한의원에 가서 근 열흘 정도 침과 찜질을 받아서 간신히 낫게 하여 지난 해 10월에는 한라산 백록담까지 갔다 오기도 했다. 그런데 두어 달 전부터 처음 시작은 전에 다친 발목의 무릎에 갑자기 통증이 오는 것을 치료하지 않고 참았더니 얼마 안 있어 지난해 치료 받았던 발목까지도 시큰거려서 계단이나 내리막은 걷기가 겁이 날 정도로 통증이 심하여 통상적인 사회생활은 물론 잠을 자는데도 많은 지장을 받았다. 그래서 한 달여 전부터 어제까지 양·한방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데도 잘 낫지 않아서 몸의 통증과도 싸워야 하고, 요즘 같은 살인적인 찜통더위와도 싸워야 하니 완전히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볕더위는 집안에 있는 것 자체가 고문이며 지옥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놀고 있으면서 덥다고 에어콘을 틀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삶 자체가 고행이다 싶다.
그러던 중에 오늘부터 광복절까지 3일의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에 큰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아침식사를 먹지 않고 일찍 와서 우리와 같이 한술 떠먹고는 손자와 같이 의왕의 청계사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청계계곡으로 피서를 갔다. 큰아들이 좋은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에 가서 돗자리를 미리 깔아놓고 왔다고 하는 걸 보니 계곡에 가려고 작정하고 온 것으로 보인다. 오전 10시를 막 넘긴 시간인데도 청계사 올라가는 도로에는 많은 차량이 들어서 있고, 물이 흐르는 계곡에는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우리가 미리 잡아놓은 곳에는 그늘도 있고, 발목이 잠길 정도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만 두 돌이 안 된 내 손자가 놀기에는 그만이었다. 흐르는 냇물을 들여다보니 피라미 새끼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고, 냇가로는 고추잠자리와 커다란 장수잠자리가 심심찮게 날아와 쉬었다가기도 했다. 푸르름이 우거진 산위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계곡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뒤섞여 물속에 발을 담그지 않았는데도 더위를 달래고 식히는데 충분했다. 손자와 같이 맑게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물속에 들어가 손자를 따라 개울물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니까 금세 흐르던 땀방울이 멎고 온몸이 시원한 것이 천국이 따로 없었다. 바로 여기가 천국이 아닌가싶을 정도다.
싸 갖고 갔던 음식을 먹고 손자와 같이 놀다가 저녁나절이 다 되어 집으로 돌아 왔는데 요즘 같은 엄청난 더위에 나의 손자 덕분에 더위도 피하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겁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말을 막 배워서 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제가 필요한 말을 하는 손자가 내 곁에 있어서 고맙기도 하고 또한 행복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손자, 희윤아! 어서 무럭무럭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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