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설한 블로그에 우리집 얘기를 올리려고 한다.
지난 토요일 결혼한 작은 아들이 오늘 오후에 새애기와 같이 우리 집을 찾았다. 나는 아들만 둘인데 아직 큰아이는 장가를 못 보내고, 작은 아이부터 먼저 장가를 보냈는데 어제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 처갓집에 들렀다가 하룻밤을 자고, 오늘 오후에 우리집에 들른 것이다. 사람사는 것이 다 그렇지만 식구 수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고, 식구 수가 줄어들게 되면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이 더 많다. 우선 우리집에 식구가 한 사람 늘어났다는 것은 경사 중에 경사다. 식구가 늘어난게 참으로 오래전의 일이다. 내가 장가를 가서 식구가 늘고, 큰아이 낳고 작은 아이 낳으면서 식구가 늘은 게 마지막이니 이런 경사가 있은 지가 27-8년이 된 것이다. 그러니 어찌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겠는가.
오늘 작은아이와 며느리가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온다고 해서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어머님이 계셨는데 어제 집사람과 같이 가서 미리 우리 집에 모셔왔다. 우리집에서는 가장 어른이시고, 연세도 90이시니 연로하시다. 그래도 귀도 먹지않고, 말씀도 또박또박 잘 하시어 자식으로 봐서는 얼마나 다행이고, 참으로 축복받았다고 생각할 만큼 어머님이 건강하시다. 다만 제대로 걷지 못하시는게 늘 마음이 아팠다. 손자가 장가를 가서 손자며느리와 같이 와서 인사를 드린다고 하니 어머니 마음도 흐믓하셨는지 손자며느리한테 봉투까지 준비했다가 주시는 걸 보며 아직도 정신은 멀쩡하시다시퍼 나도 모르게 신에게 감사드리고, 어머니의 정신력에 새삼 감사할 따름이다.
저녁 상을 어머니꺼는 별도로 차렸는데도 며느리가 좁은 상에 가서 시할머니하고 겸상을 하여 밥을 먹는 걸 보고 적잖게 놀랐다. 요즘 아이치고는 기본이 되어 있는 것 같고, 며느리를 잘 본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물론 더 겪어봐야 알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나로서는 며느리가 아주 고맙게 느껴졌다.
지금은 밥상을 물리고 장가를 가지 않은 큰아이가 스님한테 얻어온 차판을 펼쳐놓고 보이차를 타서 식구들과 얘기꽃을 피우며 마시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정말 얼마만에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새식구가 생기는 것을 학수고대했나 보다.
오늘도 도회지의 겨울밤은 이렇게 깊어만 갔다. 가끔은 크게 웃는 소리가, 어느 때는 조용조용한 소리로, 그리고 굵은 아이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안들으려고 해도 내 귓전에 계속해서 들려온다. 참으로 일찌기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이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겨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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