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설악산을 다녀왔다. 아침 새벽부터 조금 전 집에 오기까지 가을의 정취를 산에서 걸으며 보고 느꼈고, 그리고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보았다. 사실 설악산 주전골은 다녀온 지가 십 수년이 되었고, 낙산사는 불탄 후 재작년 정초에 다녀 온 적이 있다. 물론 설악산 대청봉은 4-5년 사이에 무려 세 번이나 다녀왔지만 주전골은 그렇지를 못했다. 오색약수까지 왔다가도 그냥 가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이 번 만큼은 큰 마음먹고 길을 나섰는데 오색약수까지 오는 내내 차가 게걸음을 하면서 온데다가 와서도 바로 주차를 못하고 차가 많아 빙빙 돌다보니 주차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지연되었다. 더구나 낙산사에서 오색약수로 올 때 같이 갔던 일행 중 한 사람이 오지 않아 그냥 떼어놓고 온 것도 마음이 아팠다.
오색약수에 간신이 차를 세우고, 우리는 점심 식사를 위해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리니 차들은 서로 뒤엉겨있고, 엉겨있는 차 사이로 사람들은 북적대고 난리였다. 우리 일행은 거길 빠져 나오자 마자 식사를 할까 하다가 점심을 먹고는 주전골을 올라가지 못할 것 같아서 점심 식사를 하지 않고 곧 바로 주전골을 향해 걸었다. 올라가는 길은 처음에는 밋밋한 평지 길이었는데 약 3-40분을 걸으니 조금씩 가파르지더니 올라갈수록 경사가 더 심했다. 올라갈 때는 빨리 갔다 올 욕심으로 여기저기 산수를 보면서 갈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좁은 길에서는 어깨가 부딪치는 것은 다반사고, 딴짓하는 사람들하고는 충돌까지 일어났다. 이렇게 복잡한 길에서는 절대로 우측통행이 필요하다는 걸 오늘 새삼 느꼈다. 점심을 먹지 않고 걸은 덕분에 우리는 주전골을 갈 수가 있었는데 거기서 싸간 음식과 음료를 마시며 땀을 식혔다. 위,좌,우로는 삐죽삐죽 솟아오른 괴암절벽이 장관이었고, 밑으로는 아주 깨끗한 계곡물이 소리 내어 흐르고 있었다. 단풍은 아직 많이 들지 않아 단풍구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단풍을 찾아 본다면 단풍나무 정도만 단풍이 들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리 흔치 않다.
주전골에서 온 길을 내려오면서는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수가 있었다. 흐르는 물가에 가서 수건을 적시어 얼굴을 닦기도 하고, 잘 물들은 단풍나무는 사진도 찍고, 흔들 바위는 밀어보기도 하고, 계곡을 잇는 출렁다리에선 굴러보기도 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오색약수에 와서는 한 모금 물을 마실까 줄을 섰다가 도저히 점심 먹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포기하고 서둘러 식당을 찾았다. 식당에서 우리 일부는 산채비빔밥을 다른 일행은 황태 해장국을 시켰는데 비빔밥에 나오는 장국 맛은 대단했다. 내가 여태까지 먹은 장맛 중에서 가장 훌륭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이 여러 가지 있겠으나 수많은 사람들과 버스들을 본 것보다는 산채비빔밥의 장국맛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양양 낙산사에서 떨어져 우리와 같이 오지 못했던 일행이 다시 합류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끝으로 설악산단풍은 일주일에서 열흘 후가 절정일 것으로 본다. 오시지 못한 분들은 참고바라며 또한 오늘 우리를 위해 수고해주신 관계자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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