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석 차례를 지내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1. 9. 13. 01:44

 

 

 

 

 

 

 

 

 

 

 

 

 

 

 

 

 

우리 내외는 그저께 버스를 타고 추석명절을 쇠러 충북 청원 미원면 종암리에 계신 큰형님택으로 미리 내려 갔었고, 추석 당일날 아침 일찌기  큰 아들과 작은 아들 내외가 내려와서 같이 추석차례를 지냈다. 차례를 마친 후 부지런히 올라와서 우리 집으로 어머님을 모셔다 놓고, 내려가지 못한 여러 형제들과 조카들을 우리 집으로 불러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로 시골에서 갖고 온 농주와 소주를 한 잔씩 마시면서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 꽃을 피우며 형제 간에 정을 나누었다. 가까이 살면서도 이렇게 명절이 아니면 자주 볼 수가 없다보니 오랜만에 보는 동생도 있고, 조카도 있었다. 한꺼번에 우르르 왔다가 저녁을 먹고는 휑하니 다 빠져 나가니 어머님이 서운하셨는지 조금 더 있다 가라고 해도 다들 가고 아무도 없다. 전에는 여러 형제들이 자고 이튿날 가서 밤늦게까지 덩달아 어머니도 주무시지 않고 우리 들과 같이 계셨는데 올 명절은 그렇지를 못했다.

 

우리 형제는 원래는 9남매였는데 둘째가 2003년도에, 그리고 셋째는 2004년도에 유명을 달리하셨다. 그런데도 우리 어머님은 건강하시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들 둘을 앞세웠지만 ‘人命은 在天’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의 목숨은 아무리 자기가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노력을 하더라도 자기마음 먹은대로 잘 안 되는 것이 바로 사람의 목숨이라고 본다. 우리 어머니는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서 자시는 것도 부실하고,몸도 여기저기 아프시다고 하시고, 나이도 많으셔서 장수하지 못할 것으로 봤는데 이렇게 장수하시는 걸 보면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 하늘의 뜻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어머님은 늘 하시는 말씀이 죽은 조상을 챙기지 말고 ‘산 조상’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데 아무리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라도 그래도 내 아버지 제사는 지내러 가야 해서 고향에 큰 형님한테 가서 추석차례를 지내고 서둘러 올라온 것이다. 

 

내 고향 충청도 청원군 미원면 종암리에 가면 아무 때고 가더라도 마음은 아주 편하다. 더구나 이번 명절은 미리 내려가서 시간이 그런대로 많아서 비만 오지 않았다면 여기저기 다녀 볼 시간이 충분했었는데 비가 3일 내내 오락가락해서 그러지를 못했다. 그래도 집 여기저기에 봉숭아,맨드라미,나팔꽃,다알리아, 백일홍,수세미꽃, 호박꽃, 둥글레꽃 등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보았던 꽃들이 담장에 보이고, 또 아름모를 꽃 들도 수를 헤아릴 수없이 많다. 이렇게 형님 내외가 시골로 내려가셔서 고향을 지키고 계시니 언제 아무때 고향을 가도 서글프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고 푸근하다.

 

사실 오늘 같은 날은 여러 형제들과 집안들이 같이 모여서 “잔치잔치 벌렸네. 무슨 잔치 벌렸나!”하면서 윷도 놀고, 술도 한 잔씩 나누고,노래방도 같이 가고 그렇게 즐거움을 가족들과 같이 나누는 날이다. 어젯밤에는 시골에서 떡과 전을 다 부쳐놓고, 형수님을 모시고 조카내외와 같이 노래방도 갔었다. 오늘은 병점 아우내외, 부천 여동생 식구들, 누님 등이 일찍 가니 둘째형수와 조카도 얼마 안 있다가 일어나 여섯째 밖에 남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다들 빠져 나가고나서 여느 명절날 보다 일찍 어머니 잠자리를 봐 드렸다. 나도 이제는 나이가 먹어서인지 한꺼번에 형제들이 다 가고 없으니 금방 적적해지고 썰렁해지는 걸 느꼈다. 내가 이럴진대 어머니 마음은 어떠하셨겠는가? 몇 배 더 쓸쓸하셨을 것이다. 아무튼 어머님만 건강하시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 우리 어머님은 분명히 100수는 하실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아직도 목소리가 카랑카랑 하신 걸 보면 100수까지는 하느님에게 약속을  받아 놓으신 것 같다. 어머님이 건강하시면 나도 우리 형제,자매도 모두 건강하게 되고, 더 나가선 사회, 국가도 건강해 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오래도록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마음만 편하면 장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따라온다고 한다. 이번 추석은 그 어느 해 추석보다 어머니가 일찍 잠자리에 드신 추석이 되었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형제,자매 얼굴들을 다 보았으니 어찌 의미있고, 즐거운 추석이 아니었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늘 하는 얘기지만 오늘 떠오른 보름달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 하는 말처럼 이번 한가위도 가족들과 넉넉하고 여유로운 추석을 보냈다.

 

또, 오늘도 고마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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