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작은 아이 내외와 같이 영종도에 있는 을왕리 해수욕장을 갔다. 후덥지근한 날씨에다 가는 내내 소나기가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도착해서는 비가 오지 않아 해수욕장을 한 바퀴 돌아볼 수가 있었다. 물은 흙탕물인데 사람들은 바글바글했다. 서해안은 갯벌이 많아 배를 타고 한참을 나가면 몰라도 육지에서 가까운 해수욕장은 어디를 가도 동해안처럼 맑은 물은 기대할 수가 없다.
해수욕장이 시작하는 입구가 그런대로 모래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모래사장이 안 보이게 파라솔과 천막이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처져 있었다. 도회지 사람들이 멀리 갈 수 있는 입장은 못 되고, 그렇다고 휴가를 그냥 집에서 보내기는 아이들 성화에 견디다 못해 여기라도 와서 아이들과 피서를 하며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듯 보였다.
아주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여름휴가 때 우리 남매와 조카아이들 30여 명이 대부도를 놀러갔었다. 커다란 행사용 천막과 먹을거리를 별도로 트럭을 준비해 잔뜩 싣고 갈 정도로 대인원의 이동이었다. 지금이야 안산에서 시화방조제를 건너면 바로 대부도가 나오지만 그 때만해도 시화방조제가 생기기 전이라 비봉을 걸쳐 남양, 송산 쪽으로 빙 둘러서 가야 했다. 그래도 그렇게 힘들게 놀러 다닐 때가 좋았던 것 같다. 그런 기억들이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해수욕장에 와 보니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시꺼먼 구름이 그냥 지나가는 가 했더니 한두 방울 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금방 굵어져서 피해가야 했다. 한참을 쏟아지는 소나기를 가게 처마 밑에서 피했다. 공짜로 비를 피한 것이 미안했는지 마누라가 아이스케끼를 사왔다. 팥 맛이 나면서도 달콤하고 시원한 것이 옛날에 어렸을 때 마늘 두어 통 갖다 주고 바꿔 먹던 그 맛보다는 못 하지만 그런대로 길을 걸으면서 먹을 만 했다.
작은 아이 내외가 바람 쐬러 간다며 우리 집으로 와 갑자기 집을 나섰는데 여기저기 행선지를 얘기하다 을왕리 해수욕장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아무튼 고마운 일 아닌가. 지들끼리 가도 되는데 우리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대견스럽다.
우리는 북적거리는 해수욕장을 빠져나와 인천 연안부두 앞에 있는 어시장으로 이동해 회를 떠서 소주 한 잔 마시고, 매운탕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오늘은 생각치도 못한 해수욕장으로의 나들이에다가 분에 넘치는 저녁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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