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추석 때이면 계절이 가을의 한가운데에 와 있는데 어떻게 된 셈인지 요즘의 날씨가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한다. 어제, 그제 9월 25일 오후에 충북 미원의 큰형님 댁으로 추석차례를 지내러 집을 나서보니 한 낮의 기온이 28-9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의 날씨였다. 차를 갖고 갈까 하다가 올라오는 차편이 있어서 대중교통수단인 시외버스를 이용해 갔는데, 충북 미원면 종암리까지 채 3시간 반이 안 걸렸다. 고속도로가 약간 밀리기는 했어도 명절 귀향길 치고는 아주 놀라운 귀성이 아닐 수 없다.
첫날은 고향 가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고, 두 번째 날은 원래 올 사람들이 아직 다 오지 않았는데도 아침 먹고 서둘러 송편을 만들기 시작해서 점심나절에 송편을 다 빚어 쪄놓고 있다 보니 마침 부산 사는 막내 동생내외가 들어와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고는 주섬주섬 송편과 기주떡을 싸서 정종 한 병을 챙겨들고, 추석차례를 모시고 나서 성묘를 가는 것이 맞는데도 집에서 5-6km 떨어진 숭모당(崇慕堂)으로 성묘를 갔다. 이는 추석차례를 지내고 바로 올라와도 귀경길이 차가 밀리는데 성묘를 하고 올라오면 더 늦어져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내야할 뿐만 아니라 어머니께서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요양병원에 계신데, 추석을 맞이하여 불편한 몸으로 부산에서 어머니를 보러왔다가 너무 늦으면 병원을 찾기가 쉽지가 않기도 해서다.
최근 2개월 사이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부산 막내 동생내외도 3번이나 볼 수 있었고, 청주 미원에 사시는 큰형님내외도 연로하고, 몸이 상당히 불편하신데도 여러 번을 오셨다가 가시기도 했다. 또한 명절이나 집안행사가 있어야 볼 수 있는 수도권에 사는 형제와 누이들도 어머니로 인해 여느 때보다는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추석과 설이라는 두 개의 큰 명절이 있다. 그런데도 설은 날씨가 추운 반면에 계절적으로도 추석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수확의 계절이어서 풍성함과 넉넉함이 있다. 그래서 설보다 추석을 더 큰 명절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추석의 유래는 신라 3대 유리왕(서기32년)때부터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고, 송편은 고려 때부터 빚었다는 얘기가 전해내려 오는데도 확실한 사료가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 언제부터인가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추석명절이 근세에 와서는 산업화로 인해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들을 1년에 한 두 번이라도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급속한 핵가족화와 가족해체현상에서 그나마 고향을 찾게 하고, 뿌리를 찾아 잊혀가는 조상을 생각하며 조상과 자연에 감사함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을 느껴볼 수 있는 것도 추석과 설 명절이 아닌가 한다. 특히 설보다는 추석이 여러 여건이 좋다보니 우리나라에서의 고유명절인 추석이 가장 으뜸이 된 것으로 본다.
이렇게 추석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아늑한 엄마의 품을 느껴보게 하고, 자주 보지 못한 가족 간에는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이런 추석이 나이가 어렸을 때나 지금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기다리게 되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누리고 지켜야할 할 전통이 있고, 또 평소에 느낄 수 없는 커다란 즐거움을 주기 때문일 거다.
올 추석도 충북 미원에 가서 고향의 편안함과 조상님께 감사함을 느끼고 왔다. 정말 추석이 있어서 좋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들한테는 추석이 없었다면 정서적으로 더 삭막한 삶을 살아야했을 텐데 추석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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