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잔치가 있어 수원에 있는 아이티컨벤션을 갔었다. 딸을 결혼시키는 혼주 친구를 만나서 축하를 해주고, 예닐곱 명의 동문들이 같이 식당으로 내려와 그간의 안부를 전하며 소주도 하기도 하고, 또 맥주를 마시기도 하며 오후 2시 반의 예식이다 보니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주 좋은 분위기로 점심식사를 했었는데 술이 한두 잔 들어가더니 오래 전에 회장하던 친구가 그 앞에 총무를 하던 친구에게 지금 회장이 형편없으니 당신이 회장을 하라고 하면서 계속 현 집행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현재의 집행부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듣는 것이려니 하고 내가 총무이니까 묵묵히 듣고 있었다. 더구나 회장도 오늘 일이 있어 참석을 못한데다가 총무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아서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그 소리를 다 들었다. 여태까지 동문들 경조사는 다 쫓아다녔고, 오늘도 못 오는 동문들 축의금 봉투를 5개나 갖고 왔는데, 울화가 치밀었지만 나보다 나이도 많고, 또 30년간을 한 번도 말다툼을 해본 적도 없었기에 섭섭한 마음이 다소 들었어도 그걸 꼬투리를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잔칫집에서 주는 커피를 마시려고 기다리다 보니 전에 회장하던 친구가 자기가 커피를 산다면서 찻집으로 가자고 했어도 뷔페에서 주는 커피를 마시고 1층으로 내려왔다. 내려와서도 자꾸 시원한 음료라도 한 잔하고 가자면서 성화를 부려도 일부는 귀가하고, 3명은 그를 따라 나섰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아무 별다른 생각 없이 전 회장을 따라 찻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음료를 시켜서 얼추 다 마셔갈 때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누구라고도 하지 않고 노래를 들어보라고 이사람저사람한테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이 가수를 부르려면 오백만원을 줘야 된다고 해서 나도 모르는 가수이고, 앞에 있던 친구도 이름이 없는 가수라고 해서, 이름이 어느 정도 있는 가수도 몇 년 전에 오백만원을 주면 서너 곡 부르고 가더라 했더니 다짜고짜 욕이 튀어나왔다. 나는 처음에는 실수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연달아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이 계속 되었다. 같은 일행도 어안이 벙벙하여 놀란 눈치이고, 찻집에 있던 사람들도 다 이쪽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뭐라고 말 한마디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서서 나오는데도 따라 나오면서 욕지거리는 계속되었는데 거기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상놈의 새끼야, 네가 나한테 안부전화라도 한 적 있냐?” 이 말을 듣고서 도저히 참기가 쉽지 않았다. 뒤돌아서서 “말 다 했냐?”했더니 “쳐라, 쳐라!”하며 들이댄다. 아니 술이나 많이 먹고 그런다고 하면 다소 덜 서운할 텐데 소주와 맥주 합해서 두세 잔 하고서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욕설을 내뱉는 것을 보니 나이 70이 다 되어 나이 값도 못하는 그런 친구를 30년간 벗으로 삼아 지금까지 지낸 것이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분통이 터져서 잠이 안 온다.
참, 사람 속은 정말 알 수가 없다. 나도 나이가 육십대 중반인데 자기 동생들한테도 하지도 못할 그런 상스러운 말을 수십 년 전에 같이 동문수학해서 지금까지 동문으로 지내던 친구에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설사 서운한 감정이 있다고 해도 이건 배우고 안 배우고를 떠나서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러지를 못 한다. 내 주위에 이런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접했고, 여태껏 살아온 세월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삶에 대한 회의(懷疑)가 든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때, 같이 욕이라도 했어야 내가 조금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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