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큰 아이 상견례를 하다

강일형(본명:신성호) 2012. 10. 21. 23:59

 

 

오늘은 안양에 있는 한정식 집에서 며느리 감 부모님과 상견례를 했다. 우리야 저 지난 해 작은 아이를 먼저 장가보냈으니 한 번의 경험이 있었기에 그나마 편한 마음으로 나갔지만 사돈 될 사람은 많이 긴장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편하게 고향얘기부터 시작해서 가족들 얘기, 또 집안얘기, 아이들 성장과정의 얘기 등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사돈 될 사람의 눈치 차리지 않게 조용조용 리드를 해가며 청하 네 병을 마시고, 화랑 몇 병을 했더니 어느새 가까운 친구가 된 듯 했다. 나중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와서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셨는지 가끔 웃어주시기도 했다. 이게 자식을 나눠 살기위한 절차이고, 과정이 아니겠는가.

 

우리 때야 이런저런 격식을 따지지만 요즘 아이들이 우리 나이가 되었을 때 과연 이런 전통과 유래를 존중해 가며 손자나 손녀의 혼기에 조화를 맞춰 적절히 대처할지 의심스럽다. 얼마 전에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오늘 우리처럼 상견례를 하다가 구체적으로는 얘기를 듣지 못했지만, 결혼이 깨졌다고 한다. 부모들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도 그걸 아이들이 받아 준걸 보면 그 애들도 참, 착한 것 같다. 요즘에 어떤 아이들이 부모 말을 따르려고 하는가. 그런데도 부모 의견을 존중해 줬다는 것은 양가 부모 때문에 그 애들 마음에 상처를 줬을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에 씻지 못할 커다란 못을 박았을 것이다. 사람이 한 백년도 못 살면서 이렇게 아옹다옹 한다. 나도 환갑이 지난 나이다 보니 살아온 인생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사는 과정은 복잡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삶을 살다보면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이 더 많다. 이럴 때마다 깨고, 얼굴을 붉히며 헤어진다면 이 세상이 온전히 지탱되고 돌아가겠는가. 그래도 이 세상이 지금까지 원만히 돌아가는 것은 그러는 사람보다는 안 그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여기까지 내려온 것이다.

 

오늘 많이 긴장하셨던 사돈내외께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조만 간에 또 한 번 자리를 마련해서 오늘보다는 더 편안하고 여유 있게 약주를 나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큰아이 상견례를 하고 와서 마음에 있었던 얘기를 해 보았다. 오늘도 내 생애에 잊지 못할 하루였고, 그리고 고마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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